[2002 경제계 뜬별 진별] 이건희 최고실적, 김승연 大生인수 두각

올 재계의 간판 스타로는 단연 이건희 삼성 회장이 꼽힌다.

이 회장은 '인재경영','준비경영'등의 화두로 삼성을 이끌며 올 한해 매출 1백37조원,순익 15조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끌어냈다.지난 87년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지 15년만에 '삼성 독주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 화두는 한국의 재계를 채찍질하고 격려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힘이 됐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숙원이었던 대한생명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그룹덩치를 일약 재계 5위로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김 회장은 최근 대한생명 경영정상화때까지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과 한국인 최초로 국제상업회의소(ICC)부회장에 선출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화끈한 화법으로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도맡아 정부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타이거 박'으로 불리는 박운서 데이콤 회장은 특유의 저돌성을 발휘,하나로통신을 제치고 파워콤 인수에 성공하면서 일약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지난해 데이콤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데이콤을 흑자기업으로 돌려놓았다.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CEO의 한 사람으로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을 빼놓을수 없다.휴대폰 '애니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 10%대 벽을 깨는 초유의 기록도 세웠다.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은 온라인 게임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기린아로 불린다.

웹게임사이트 넷마블의 유료화 성공으로 올해 2백50억원의 매출과 1백30억원의 순이익을 내 돈방석에 올랐다.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숱한 시행착오끝에 유럽 위성방송수신기 시장을 뚫는데 성공,휴맥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중 한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신동빈 롯데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 부회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던 신 부회장은 롯데의 유통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전경련 산하 유통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유통산업 위상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 부회장은 약관의 나이에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뛰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면 올 한해 재계는 몇몇 큰 별을 잃었다.

지난 11월 타계한 고 조중훈 한진 전 회장은 '한국 수송사의 거인'으로 불리던 인물.해방 직후 트럭 1대로 한진상사를 창업,뚝심으로 오늘날 대한항공 한진해운등 21개 계열사로 구성된 수송그룹을 일궈냈다.

박정구 금호그룹 전 회장,허준구 LG건설 전 명예회장도 세상을 떴다.

고 박 전 회장은 금호생명과 동아생명,금호타이어와 금호건설을 각각 합병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고 허 전 명예회장은 LG 창업가문인 구씨와 허씨 양가중 허씨 가문을 대표하는 경영자로 구씨 일가와 3대에 걸친 동업관계를 유지하는데 중심역할을 해왔다.

이들과 달리 일부 벤처기업인들은 불명예스런 퇴진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평가받던 새롬기술 오상수 전 사장은 허위공시와 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프리챌의 전제완 전 사장도 주식 가장납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날개가 꺾였다.

코스닥 간판주자였던 모디아의 김도현 사장,세원텔레콤 홍성범 회장은 주가조작과 불법 주식매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벤처업계 대부로 불리던 메디슨의 이민화 전 회장은 회사 부도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완전 물러나고 빚쟁이 신세가 됐다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은 자회사인 두루넷과 대주주로 있는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가 각각 나스닥 퇴출 경고와 대규모 IT 유통사기에 휘말리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인터넷 전도사로 명성을 날린 이금룡 전 옥션 사장도 지난 7월 대주주인 미 이베이와 불화로 대표이사직을 내놓으면서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이밖에 TV홈쇼핑 후발업체인 농수산쇼핑의 백갑종 전 사장은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경영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였으나 간부사원들의 항명파동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낙마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