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해의 기도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다.

젊은 층에선 전(前) 시대와의 단절과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이런 젊은층의 거리낌없는 자기 주장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마음은 무거워 보인다.세대간의 골은 깊고 계층간의 괴리 또한 두드러지는 것같다.

어쩌면 개혁을 주장하는 층이나 부담을 느끼는 쪽이나 행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젊은 층은 능력이나 노력에 비해 제대로 누리지 못해 불만이고 나이든 층은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편치 않은 듯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세대간 차이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고 행복은 소유순이 아니다.

식물의 생장은 모든 게 다 충족돼도 결국은 가장 부족한 원소에 좌우된다고 하듯(리비히의 '최소율 법칙') 사람의 삶 역시 물질이 아무리 넘쳐도 마음을 채울 2%가 부족하면 행복하기 어렵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그렇더라도 갈등을 치유하고 살아있는 존재의 한결같은 소망인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꿈에 조금이라도 다가서기 위해 새해엔 이랬으면 싶다.

"젊은층은 생산과 저축 인내가 미덕이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걱정을 이해하고,기성세대는 자신들도 예전엔 완고하고 편협한 윗세대에 분노했음을 기억해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려 애썼으면/그럼으로써 비판하되 적의가 아닌 동정과 관용으로 대했으면.

허공을 떠돌다 되돌아오는 말의 영험한 힘을 두려워했으면.그래서 마구 내뱉은 천박하고 야비하고 협박적인 어휘가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일이 없었으면./

남의 잘못,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울분으로 보복을 다짐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바르게 했으면./

약속을 삼가고 일단 한 것은 성실히 이행했으면./

원칙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지켰으면.

작은 일에 너무 풀이 죽지도 으쓱거리지도 말았으면./

욕심을 줄이고 범사에 감사했으면./

내일을 위해 정진하되 위로 내달리느라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일이 없었으면./

'언젠간' 하지 말고 당장 도울 수 있는 일에 먼저 손 내밀었으면./조급해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했으면."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