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新투자문화] (2) 가치투자로 승부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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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미국증시 동향에 울고 웃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국내시장은 외국인투자자의 움직임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내리는 "해바라기"장세가 이어졌다.
더욱이 2003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등 세계경기의 회복가능성이 여전히 낮고 국내 경제도 호,악재가 뒤섞여 등장하면서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
이같은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여유를 갖고 주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은 없을까.
그 대안중 하나가 '가치투자'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잠자리에 일찍 들고 낮에 단말기를 쳐다보지 않고서도 '20세기 최고의 투자자'로 우뚝 섰다.
그는 가치투자라는 무기로 1960년 10만5천달러의 자산을 2000년에 2백억달러로 불린 사람이다.
가치투자는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매입하는 전략이다.
이채원 동원투신 자문운용본부장은 "기업의 내재가치는 측정할 수 있으며 주가는 장기적으로 내재가치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치투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KT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은 사회적으로 매우 '가치있는'일을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가치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들의 내재가치와 시장가치를 비교해봐야 가치주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내재가치는 어떻게 측정할까.
우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갖고 판단해 볼 수 있다.
부채를 모두 갚고 나서도 5백억원의 현금이 남는 회사가 있다면 이 회사는 최소한 5백억원의 가치는 갖고 있다.
현재 이 기업의 시장가치(시가총액)가 2백50억원이라면 이 회사는 가치주라 할 수 있다.
기업이 향후에 벌어들일 수익을 기준으로 내재가치를 구할 수도 있다.
지난해 1백억원의 순이익을 낸 A회사가 앞으로 5년동안 매년 20%씩의 이익이 늘어난다고 치자.이 기간 동안 연5%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경우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해 내재가치를 8백억원 이상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기업의 시가총액이 현재 4백억원이라면 저평가돼 있으며 역시 가치주로 분류할 수 있다.
투자자 스스로 저평가를 확신하고 가치주를 사들였다면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이라크전쟁 등으로 인해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땐 반드시 내재가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서울대투자연구회의 김민국 회장은 "가치투자자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상황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치투자는 투자자 본인에게 상당한 수준의 작업을 요구한다.
가치투자자는 스스로 △내재가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등을 파악해야 한다.
기업의 재무제표 등이 모두 수록돼 있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은 가치투자자에게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해준다.
간접투자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하듯이 직접투자도 저평가돼 있는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