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신용불량 미성년자 구제 '고심'

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5천1백여명의 미성년자를 구제해줘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신용카드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12월27일 서울지방법원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발급한 신용카드는 무효'라고 판결함에 따라 조만간 신용담당자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아닌 데다 성실하게 카드대금을 납부하고 있는 다른 미성년자 회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드업계는 일단 1심 판결 내용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 법무팀은 '카드 발급이 무효이고 카드 채무도 없다'고 판결한 만큼 신용불량자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카드빚은 금융채무가 아니라 부당이득금 반환 등 다른 방법으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회수만 된다면 신용불량자 해제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채권만 회수할 수 있으면 블랙리스트 정리는 어렵지 않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남아있는 신용불량 미성년자가 9백여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시장을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미성년 신용불량자 중에는 성실하게 대금을 납부하고 있는 회원도 있어 일괄 구제는 힘들다"며 "은행연합회와도 협의해야 하는 등 절차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카드사들이 미성년자에게 무리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빚어진 문제인 만큼 법원 판결대로 미성년자들을 신용불량 리스트에서 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