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억제책 '삐긋' .. 강남지역 아파트 재산세 重課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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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9·4 부동산시장 안정책'의 하나로 추진해온 '투기 억제를 위한 고액아파트 재산세 중과세'가 사실상 무산된 것은 '아파트 시장이 안정됐다'는 시장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집값이 크게 올라 중과세 대상으로 지목된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빅3' 구청은 처음부터 주민들의 조세저항을 두려워한 나머지 정부(행정자치부)의 중과세 방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오다 시장상황이 급변하자 주민편에 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기억제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스타일만 구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또 강북이나 지방보다 아파트값이 훨씬 비싼 강남 주민들이 재산세를 덜 내는 형평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산세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권한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행 고집한 지자체='빅3구청'들이 행자부안을 거부한 이유는 '주민들의 조세저항'이다.
부동산투기 억제책과 행정수도 이전논의로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재산세 중과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재산세의 경우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 보유에 대한 세금이어서 고액아파트 한 채를 가진 가구의 경우 세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강남구가 지난해 12월28일부터 나흘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천96명 중 49%가 현행 유지를 주장했고 인상안을 적용하자고 요구한 주민은 36%에 그쳤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말 열린 구청 재산세과세표준심의위원회에선 부동산 경기가 과열이 아닌 만큼 현재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현재 지방세법상 재산세 징수권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다.
지자체장이 의회 의결을 거쳐 조례를 고시하면 그대로 시행된다.
다만 지방세법은 지자체가 행자부의 지침에 지나치게 어긋난 조례를 만든 경우 광역단체장(서울은 서울시장)에게 이를 수정권고,광역단체장으로 하여금 필요할 경우 행자부 방안대로 조례를 만들어 변경고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표준 가산율을 크게 높여 재산세를 최고 23.7%까지 올리겠다는 행자부안은 수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어느정도안정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산세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강남지역 아파트 재산세 중과는 비싼 아파트에 많은 재산세를 물리자는 목적도 있었다"며 "앞으로 강북과 지방의 아파트 소유자를 중심으로 형평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