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출신 영화업계 진출 잇따라

금융권 인물들의 영화업계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자금 회계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경영에 접목시키면서 영화업을 시스템을 갖춘 사업으로 탈바꿈시켜 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영화투자사 아이픽쳐스의 최재원 대표.그는 한국산업증권을 거쳐 무한기술투자의 영화투자담당 이사로 재직하다가 2000년 아이픽쳐스를 설립하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영화 마니아들로부터 호평받았던 '고양이를 부탁해'를 비롯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마들렌' 등에 투자했다. 박무승 KM컬쳐 대표는 국민기술금융에서 수석 심사역을 맡다가 지난 99년 영화계에 뛰어든 케이스.그동안 '중독''이중간첩' 등에 투자했고 '품행제로'에서는 투자와 함께 자체 제작까지 손을 대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일신창업투자 수석심사역 출신으로 99년 영화사 설립과 함께 독립했다. 그는 지난해 '집으로…''2009로스트메모리즈' 등에선 흥행에 성공했지만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에서는 크게 손해를 보기도 했다.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은 지난해 모션헤즈엔터테인먼트 회장에 오른 뒤 영화제작사 '필름지'와 '팝콘필름' 등의 지분을 인수했다. 그는 올해부터 영화투자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영증권 투자분석팀 출신인 김동욱 마이필름 대표는 육상효 송일곤 감독 등과 작품을 준비중이다. 이밖에 이성호 기획시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민리스에 다니다가 영화계로 옮겨왔고 조현준 에그필름 부사장은 리젠트증권,서상원 CJ엔터테인먼트 CFO는 메릴린치증권 출신이다. 이들은 영화제작비를 영화계 외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90년대말 창투사들이 국내 영화계의 주요 투자가로 급부상한 것도 이들 금융권 출신 인물의 영화계 진입과 맞물려 있다. 이들은 또 외부자금을 끌어들인 후 영화사 운영경비와 흥행성적 등을 정확히 공개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마이필름의 경우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작 초기 영화실무담당자들과 협의해 제작 경비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경비 지출을 카드로 결제토록 유도하고 있다. 기획시대는 이성호 CFO를 영입한 뒤 유인택 대표가 1백% 소유했던 지분을 분산해 유상증자를 두차례나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 출신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시장 규모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무리한 기획으로 영화제작비를 급등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