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CEO에게 듣는다] (5) 안철수 <안철수硏 사장>

'글로벌 안 랩(Ahn Lab)'. 안철수 사장이 올해 안철수연구소의 경영전략 핵심으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안철수연구소엔 올해가 세계 10대 보안업체로 진입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한 해다. 안 사장은 "일본시장에서 NEC 히타치 도시바 등의 협력사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올해는 일본 백신업계 4위에 오를 것"이라며 "중국에서도 지난해 말 대규모 공급계약을 성사시킨 여세를 몰아 선두업체로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지 않고서 '국내 1위 백신업체'만으로는 이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이 2001년과 엇비슷한 2백50억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국내 1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안 사장은 '글로벌 안 랩'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보안기능을 담은 '통합보안'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컴퓨터 바이러스용 백신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는 게 오히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통합보안만이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미 선두업체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백신분야보다는 아직 선두업체가 없는 통합보안같은 차별화된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며 "올해는 통합보안 제품인 'ACS'보급을 확대하고 상반기에 개발 완료하는 통합관리솔루션 'APC'의 영업을 강화해 통합보안의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님다 코드레드 등의 바이러스를 예로 들며 갈수록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는 악성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보안 솔루션이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보안시장에서도 '통합'과 '관리'가 이슈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사장은 특히 ACS의 보급을 통해 안티 바이러스에만 머물러 있는 사용자의 관심을 보안 전체 영역으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 전망이 있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대도 높다. 모바일 백신과 바이러스차단 서비스(VBS) 등이 그것이다. 안 사장은 "휴대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용 백신 솔루션을 선보임으로써 모바일 백신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e메일로 확산되는 악성코드를 사전에 차단해 주는 VBS도 올해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안시장 전반에 대해선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특히 말만 무성했던 기업간 인수합병이 올해는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국적기업의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는 환경하에서 국내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조차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업계 구조조정을 위한 인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