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불균형 증시 '발목' .. 지수 올라도 투신 주식형잔고는 제자리

외국인투자자가 선 현물시장에서 공격적인 매매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거래소시장에서만 올들어 7일현재 5천3백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선물에서는 매일 1만계약 가까이 팔고 있다. 외국인의 이같은 엇갈린 행보로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과 현물을 매매하는 장단에 맞춰 주가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세와 관련,전문가들은 수급 불안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한다. 외국인 외에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력이 없다. 투신권의 주식형잔고는 9조3천억원대로 작년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돈이 새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지수가 상승하는 만큼 수급이 호전되지 못해 시장의 에너지만 줄어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외국인 반대매매의 뜻은 외국인이 현물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주가가 싸다는 점이다. 작년말 국내 주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축에 속한다. 돌발변수인 북핵파문이 터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1백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북핵위기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생각한 외국인이 주식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초 포트폴리오 교체와 맞물려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들은 작년말에 수익률을 확정하기 위해 팔 주식은 판 만큼 새로운 종목으로 채워놓고 있다는 것. 그러나 선물의 공격적 매도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북핵문제와 미국-이라크전쟁 등 불확실한 대외변수가 적지 않아 매도 일변도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방향은 언제쯤 정해질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엇갈린 매매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7일(미국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오현석 과장은 "미국의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해 돈이 금 등 원자재로 몰리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돈을 풀어도 지방정부의 재정이 취약해 결국 긴축재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이달 중순까지는 치열한 눈치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곡되는 수급구조 국내 투신권에 들어온 주식형잔고는 작년말과 변함이 없다. 돈이 새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금리도 시중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에셋 이종우 전략운용실장은 "미국-이라크전쟁이 임박하고 북핵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많아 개인들이 섣불리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 과장은 "미국시장에서도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수급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기자 fores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