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노동부, 비정규직 동일임금 '파열음'] "차별해소"-"현실무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9일 노동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반대 입장에 대해 '개혁 마인드'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 파문이 일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보고했으나 인수위측은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 의지가 반영되지 못했다"며 불만을 제기, 전향적인 정책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벌써부터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현실을 외면한 채 너무 앞서 나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부의 보고내용이 노동계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고 생각했던 경영계는 이날 사태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 반대 =노동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을 추진하려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방침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로 인한 역기능을 우려한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법제화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고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인수위측이 노동부의 입장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 앞으로 노동부 정책 방향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무현 당선자가 공약하고 인수위가 검토해온 사안이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임금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와 경영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반대입장을 펼쳐 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채용을 줄이게 돼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비정규직 보호 문제를 논의 중인 노사정위에서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면 노동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라며 "동일임금은 점진적으로 차이를 좁혀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특수고용직 단결권 허용 =비정규직 가운데 75만명으로 가장 많은 보험모집인과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지입 차주 등 특수고용직에 대해 차별을 없애고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단결권이 허용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이날 노 당선자의 공약인 만큼 특수고용직의 단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 노동부가 이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 정책혼선 예상 =노 당선자의 노동 관련 공약을 둘러싸고 정부와 인수위 간에 견해차가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책입안 및 추진 과정에서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이날 보고 자리에서 동일임금 동일노동, 특수고용직 단결권 보장, 노사정위 위상 등 핵심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인수위와 노동부 간에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경영계는 벌써부터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친노동계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93년 YS정권 때 개혁노동정책으로 엄청난 혼란을 경험했던 경영계는 노동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인수위가 좀 더 신중히 추진할 것을 바라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