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가속화되는 DVD 표준화 경쟁

차세대 디지털 제품인 DVD레코더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마쓰시타간 전략적 제휴는 70년대 소니와 마쓰시타간 그 유명한 VTR 전쟁을 연상시킬 만큼 시장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세불리기 싸움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마쓰시타의 제휴는 물론 양쪽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마쓰시타로서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인지도 생산기술 그리고 마케팅력 활용을, 삼성전자로선 차세대 원천기술에 대한 접근 확보라는 이점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전자업체의 관심은 삼성전자와 마쓰시타간 제휴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제휴가 DVD레코더 표준경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DVD레코더 시장은 마쓰시타-히타치-도시바, 파이오니아, 소니-필립스-HP-델 세 진영이 맞서있는 국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현재 세 진영은 상호 호환성에 대한 고려없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시장규격 통일작업이 무산된 탓이다. 이런 경우 소비자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경쟁을 고집함으로써 모두 시장영향력을 상실하는 소위 '죄수딜레마 게임'에 빠지든가, 아니면 어느 한 쪽이 세불리기에 성공해 '완승(winner-takes-all)'을 거두는 양극단의 결과를 배제하기 어렵다. 사실 DVD 관련분야는 표준경쟁의 범위나 양상 측면에서 여러가지로 주목을 받아 왔다. 제품이 출시도 되기 전에 표준경쟁이 시작됐는가 하면, 이번 DVD레코더를 포함해 그 이후 전개되고 있는 양상은 각종 표준경쟁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한마디로 차세대 디지털제품들의 표준화 경쟁이 기업생존 차원의 문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간 경쟁과 협력의 이면에는 언제나 표준문제가 깔려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표준화를 염두에 두는 등 표준화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