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8) "법인세 3~5%P 인하를"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률 5%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의 세제개혁이 절실하다. 특히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외경쟁력을 제고하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동북아 경제교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려면 획기적인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이미 세계 각국은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 96년 37.7%에서 99년엔 34.8%로 떨어졌다. 최근 2년 사이에 독일은 40%였던 법인세율을 25%로 낮췄고 덴마크는 32%에서 30%로 내렸다. 아일랜드는 지난 99년부터 단계적인 인하에 나서 24%였던 표준 법인세율을 지난해 16%에 이어 올해는 12.5%로 낮추게 된다. 캐나다도 28%였던 세율을 2005년까지 21%로 내리기로 했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은 지난 99년 37.3%에서 30%로 인하했고 싱가포르는 24.5%인 법인세율을 내년까지 20%로 낮출 방침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해 이같은 세율인하 계획을 발표하면서 "외국기업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반도체와 전자제품 수출부진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싱가포르의 대외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추세를 감안하면 국내 법인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는 내리지 않더라도 경쟁국들이 세율을 낮추게 되면 국제 조세경쟁(tax competition)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윌리엄 오벌린 암참(AMCHAM.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도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중심축)로 발전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주변국들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벌린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 중심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과 높은 세금' 등 두가지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선임연구위원은 "경쟁국들의 법인세 인하경쟁에 대응하려면 국내 법인세율을 3∼5%포인트 정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27%(과표 1억원 이상)인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22∼24%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세금인상이 가져오는 자원배분 왜곡이 지출감소의 경우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세수 감소분만큼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 효율성 측면이나 국민전체의 후생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법인세를 손질할 경우에는 결손금에 대한 이월공제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기업의 상시구조조정 체제에 맞춰 구조조정에 대한 세제혜택을 1회성에서 벗어나 항구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