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국내 컨설팅社 대표 16人 설문] '새정부 기업정책' 助言

올해 경영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세계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와중에 중동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다. 경제정책이 바뀌면 기업들이 움직이는 규칙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북한핵 문제로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긴장 상태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불투명한 경제, 경영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컨설팅업체 대표들을 대상으로 주제별로 각사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에는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12개 다국적 컨설팅회사 대표와 국내 중견 컨설팅업체 4개사 대표 등 모두 16명이 참여했다. 설문내용을 주제별로 요약, 소개한다. ----------------------------------------------------------------- 새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 노사관계 안정과 규제완화 그리고 이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가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로 꼽혔다.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들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제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맥킨지의 최정규 파트너는 금융구조조정, 노사관계의 정상화,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새 정부 기업정책의 주요 과제로 들고 "규제철폐 상시퇴출 등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타워스페린 박광서 대표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관계를 재정립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고 친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만큼 기업들이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 컨설팅업계 리더들의 처방이다. "국가 아젠다를 명확하게 설정해 기업들이 지침으로 삼을 수 있게 하고 외교 재정 통화 등 정책에서 안정성에 만전을 기할 때 기업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신종원 베인코리아 대표)는 설명이다. 이민섭 AT커니 부사장은 "자유화와 규제완화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예측 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언그룹의 박찬구 대표는 "기업 경영자들이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노사문제와 대기업 개혁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제임스 고든 IBM BCS 대표도 "정부는 사업허가에서 건전성 규제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5년간 산업정책의 근간이 돼온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I&S비즈니스컨설팅그룹 김승준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서는 기술 및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경영 지식과 노하우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여전히 외국자본과 자원의 유입이 필요"(채수일 BCG 대표, 한봉훈 액센츄어 대표)하기 때문에 "지난 5년간 계속된 국가 차원의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는 것도 중요 과제"(스티브 필척 딜로이트컨설팅 사장, 마상준 엔플랫폼 대표)의 하나로 거론됐다. 우리 경제 언제나 좋아질까 '외환위기 가능성' 등과 관련해서는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5년간 쌓아온 경험과 구조조정 성과가 발휘되면서 우리 경제가 조기에 침체를 뚫고 고개를 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외부 변수에 취약한 만큼 경영 투명성을 높이면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외환위기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가능성은 지나친 견해"(베어링포인트 고영채 대표)라는 표현이 컨설팅업체 대표들의 의견을 단적으로 집약한 견해다. ADL의 서정식 파트너는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다"며 "지난 5년간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 왔기 때문에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유가가 안정된다면 중반기부터는 우리 경제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CG 채 대표도 "투명성 문제만 없다면 한국 경제의 기초는 아주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요인은 적지 않다. AT커니 이 부사장은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가계신용의 부실, 내수 소비감소 가능성, 기업투자의 지속적 위축 등이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의 최 파트너도 "외환위기가 없을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세계경제의 전반적 저성장, 미국 경제불안, 국내 소비자금융부실화 가능성, 과잉설비의 상존, 중국의 지속적 성장 등으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 모니터코리아 마틴 켈더 사장은 "경쟁력 없는 기업은 아주 어려운 5년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정부 차원에서는 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내다봤다.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 김기령 대표는 "국내 기업의 상품 경쟁력이 없는 상태여서 무역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자산의 버블이 빠지면 제2 외환위기도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레 보였다. 무엇이 경영을 어렵게 할 것인가 올 한해 경영에 영향을 미칠 외부 환경으로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될 것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16명 가운데 10명(복수응답)이 새정부의 개혁의지와 규제완화 정도, 명확한 아젠다의 설정 등이 기업 경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여부 등 세계적인 긴장 무드도 기업 경영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7명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여부를, 5명이 북한핵 문제를 올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줄 중요 외부 환경으로 보았다. 이언그룹 박 대표는 "우리 경제는 활력성이 높지만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여부, 북한 핵문제 등 외부요인에 의해 경기전반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장과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7명이나 됐다. 모니터코리아 켈더 사장은 "중국 이슈는 한국과 고립된 외부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전제,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상호 교류하면서 미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BM BCS 고든 대표도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정부 규제틀이 마련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선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기회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경기의 조속한 회복이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액센츄어 한 대표, I&S 김 대표)이라는 의견도 공통적이었다. 베인코리아의 신대표는 "새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정책과 규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이냐가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나아갈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국가적 아젠다와 비전, 전략 등을 결정짓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