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이행일 < LGIBM 상무>-박일환 <삼보컴퓨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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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문서작성이나 게임 인터넷 등의 용도로 쓰이던 PC가 모바일과 홈서버의 축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업계의 선점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PC업계에서 독보적 1위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삼보컴퓨터와 LGIBM이 2위 자리를 놓고 대혼전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삼보컴퓨터의 박일환 전무(44)와 LGIBM의 이행일 상무(47)가 있다.
업계 2위는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삼성전자 마저 뛰어넘으라는 특명을 받은 야전사령관들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머문 최악의 국내 PC산업 환경에서 힘겨운 전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들은 이력이나 전략 등의 면에서 꽤 대조적이다.
박 전무는 17년째 PC 한 우물만 파고 있는 "베테랑 PC맨"이다.
1987년 삼보컴퓨터에 입사한 이래 PC에만 매달렸다.
주로 해외영업파트에서 잔뼈가 굵었고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국내영업을 총괄해 오고 있다.
지난해 TV광고에도 직접 출연,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삼보컴퓨터 이런 사람이 만듭니다"라는 광고에서 주위에 아랑곳없이 "TG"(삼보컴퓨터의 영문약자)라는 인기배우를 쫓아다니는 극성팬으로 등장했다.
반면 이 상무는 "재무통"이다.
LG전자는 물론 지난 2000년 LGIBM으로 옮겨온 뒤에도 줄곧 재무파트를 맡았다.
본격적으로 PC 영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초.
박 전무에 비해서는 햇병아리 "PC맨"인 셈이다.
이 상무는 재무전문가답게 쓸데없는 모험을 삼가고 차분하게 내실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지난해 대다수 국내 PC업체들이 적자의 늪에 빠졌는데도 LGIBM은 흑자를 내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의 판세를 보는 눈은 닮았지만 그 해법은 판이하다.
두 사람 모두 올해 국내 PC경기에 대해서는 그닥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난해에 비해 제자리걸음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게 공통된 시장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상황을 돌파해 나갈 "전술"은 다소 엇갈린다.
이 상무는 노트북PC를 올해 최대 승부처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53만대로 1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트북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IBM의 장수 노트북 브랜드인 "씽크패드" 뿐 아니라 최근 20대 신세대를 겨냥해 출시한 "X노트"를 내세워 중고가 노트북시장을 장악, 3~4년뒤에는 삼성전자의 아성도 무너뜨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기업시장은 한국IBM과 손을 잡고 소비자시장에서는 LG전자 전국대리점을 통해 노트북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노트북시장에도 힘을 쏟겠지만 홈서버와 스마트 디스플레이쪽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다.
그동안 지연됐던 PC교체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일반소비자들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치"가 필요한데 홈서버와 스마트 디스플레이가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는 PC가 오디오 비디오 TV 등 가정내 영상음향기기를 한데 묶는 홈서버로 그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터치스크린 모니터 형태의 신개념 PC로 무선랜 기능을 이용, 집안 어디서나 홈서버(보통 데스크톱PC)를 통해 인터넷접속이나 문서작성 등의 컴퓨팅이 가능한 스마트 디스플레이도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쇼(CES)에서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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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서울생
1982년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졸업
1982년 LG전자 회계팀, 통상관리실장, 영국현지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 통상조세팀장
2000년 LGIBM CFO, PC사업본부장
1958년 서울생
1981년 고려대 재료공학과 졸업
1981년 쌍용 입사
1987년 삼보컴퓨터 입사, 미국 현지법인 근무, 국내사업본부장 BBD(브랜드비즈니스디비전) 본부장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