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1부 : (9) (美) '초등학교 금융교육'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있는 알파인초등학교.


요즘 들어 이 학교 5학년 학생들은 '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이 원래부터 '돈을 밝혔던' 것은 아니다.


5학년 학급에 비비벅스(BB bucks)라는 '가짜 돈'이 유통되면서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알파인초등학교가 비비벅스를 도입한 것은 올해 초.
"수학시간에 졸던 아이들도 돈 얘기만 하면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는게 비비벅스를 개발한 저스틴 그레이 교사의 설명이다.



비비벅스를 이용한 교육방법은 간단하다.
학기초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하나씩 선택한다.


청소원, 은행원, 기자, 책상정리하는 사람 등 종류만도 20여개에 이른다.


직업이 정해지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한 주간 수행한다.
이후 직업과 성취도에 따라 서로 다른 주급(비비벅스)을 받게 된다.


'노동의 대가'로 받은 비비벅스는 학급내의 모의은행에 맡겨야 한다.


수학교육은 이때 시작된다.


본인의 계좌에 있는 잔고와 이자는 학생이 직접 계산해내야 한다.


학생들은 자연스레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을 배운게 된다.


여기에 이자계산을 위해선 백분율, 단리, 복리라는 수학적 개념도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적립된 비비벅스는 학기말 각종 '리워드(보상)'로 되돌아온다.


선생님과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권리(2천BB), 공책(8백BB), 사탕(5백BB) 등을 비비벅스로 살 수 있다.


어떤 괴짜 학생은 지난 학기말에 선생님 자리에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권리를 1천5백BB에 사들이기도 했다.


"비비벅스가 도입된 후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게 저스틴 선생님의 평가다.


비비벅스가 도입된 후 '수학'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불만을 얘기했죠. 왜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봉급을 주지 않느냐고요. 아이들에게 인플레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브루크 후버 교사)


"단순한 가짜 돈 덕분에 아이들은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수학, 경제, 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죠. 내년부턴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주식투자대회를 열 계획입니다."(타라 와그너 교장)


모의화폐를 통한 금융교육은 알파인초등학교만의 작품은 아니다.


로키산맥이 내다보이는 덴버 외곽지역의 웨스트뷰초등학교.이곳에서는 모의화폐가 경매와 결합된 금융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 학교는 학교와 학부모들이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경매를 통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2학년 동급생인 제이제이와 테일러는 비디오게임기를 사기 위해 이번 경매에 참여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디오게임기의 낙찰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경매에 쓰이는 돈은 물론 실제 돈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스쿨머니다.


웨스트뷰초등학교가 스쿨머니 프로그램을 도입한지는 올해로 7년째.


학생들은 새학기가 시작되면 1백달러씩 적립된 수표책을 지급받는다.


가짜 돈이지만 교내에서 쓰임새는 진짜 돈 못지 않다.


학용품 책 등 각종 학교 물품을 살 수 있으며 교내 중고품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교환수단으로 이용된다.


이 학교 주디 매드슨 교장 선생님은 "스쿨머니가 금융에 대한 이해와 시장원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매달 금리에 따라 이자도 지급되지요. 상이나 벌점도 스쿨머니를 지급하거나 깎는 방식으로 적용합니다."


수업시간에 금융 분야를 교육할 때도 스쿨머니는 유용한 교재로 쓰인다.


통화량과 금리의 관계, 신용도 등 초등학생들에게 어려운 내용들도 교실에서의 실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학년의 경우 전체 학생중 10% 정도가 한 학기가 끝나기 전에 파산합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파산자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이같은 교육을 통해 조금씩 깨닫기 때문이죠."


매드슨 교장은 어릴 때부터 금융에 눈을 뜨게 하는게 미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버겐(뉴저지주)=최철규 기자 덴버(콜로라도주)=고경봉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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