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율 1천1백16원까지?..林俊煥 <서강대 교수.경제학>

최근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크게 올라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걱정은 원화환율의 향방과 지속성 여부에 좌우될 것이다. 물론 작년 11월말 달러당 1천2백8원이었던 원화환율이 15일 1천1백75원으로 급락(2.8% 하락)한 것은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향후 원화환율은 미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강세기조를 보일 것이고,환위험은 경기부양을 위한 각국의 경쟁적 평가절하정책으로 예전에 비해 더 커질 것이다. 최근의 달러약세 현상은 미국 경상적자 규모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달러화는 원화 뿐만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가치는 작년 11월말 1백31엔에서 15일 1백18엔으로 11%나 급등했는데,유로화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경상적자는 일찍부터 예고됐던 문제다. 그런데도 최근에야 달러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경상적자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발표한 '감세를 통한 재정확대정책'은 향후 미국의 국제수지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는 현재 총수요가 부족한 디플레위험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재정확대정책을 펴 소비와 투자를 늘려나가면 경상적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올해 미국 경상적자 규모는 국민총생산(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가 시사하는 바는 미국의 적자규모가 하루 평균 25억달러에 달할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미국의 경상적자 규모가 GDP의 2.5%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현 수준은 '위험수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달러환율 조정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원화환율 움직임은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경상적자를 해소하는 과정이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원화강세 기조는 '일시적'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원화환율은 언제까지 강세를 띠게 될까. '미국의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달러가치가 향후 2년에 걸쳐 2002년 11월말 기준 엔화대비 15% 내지 20% 하락해야 할 것'이라는 해외 어느 투자은행의 전망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기초로 할 때 엔화가치는 올해 말까지 1백18엔,2004년 말에는 1백12엔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논리로 원화환율에 적용하면 올해 말 1천1백16원,내년 말 1천20원 정도로 전망된다. 물론 이러한 원화환율 전망은 북한 핵문제와 외환시장개입에 따른 원화약세 가능성은 고려에 넣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돌발사태 발생은 국가위험도를 높여 원화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원화상승세의 기조를 완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원화강세기조가 예상되는 데 이에 대응해야 할 사항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달러약세가 우리 수출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엔화보다 중국 위안화의 대외경쟁력 제고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이다. 달러약세는 원화와 엔화의 동반 강세를 의미하므로 원·엔 환율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위안화는 사실상 달러화가치에 고정돼 있어 달러화 약세로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대폭 향상될 것이다. 예컨대 국내 중국수입품은 향후 15%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둘째,원·달러 환위험에 대비하는 '상황의존적 계획(contigency plan)'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데,이는 예년과 달리 '환율변동성'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와의 전쟁과 북한 핵문제 등 경제 외적 요인도 있지만,이에 못지 않게 주시해야 할 것은 저성장위험에 놓인 각국이 경쟁적으로 평가절하를 단행할 가능성이다. jhim@ccs.sog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