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홋카이도 '루스츠리조트'] 순도 100% 자연설 '스키어 天國'

"자, 플레이트 앞은 겹치지 않게 모으고, 뒤는 한껏 벌립니다. 그래야 정지거리가 짧아져요. 무릎을 살짝 굽힌 기마자세로 상체를 숙여야 합니다. 겁을 먹으면 안돼요." 2시간의 강습을 마친 뒤 무작정 올라탄 리프트. 아래에서 볼 때와 달리 슬로프 경사가 심해 보인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두려움을 뒤로 하고 조금 전에 배운 자세를 떠올리며 활강을 시작한다. 몸의 무게중심을 슬로프 아래 쪽으로 가져가며 왼다리에 살짝 힘을 주자 스스로도 대견스러울 정도로 첫번째 회전에 성공. 좀 빨라지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중심을 잃고 고꾸라져 뒹군다. 눈이 푹신한 편이어서인지 아픈 곳은 없다. 혹시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는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으로 위를 쳐다보니 슬로프는 텅 비어 있다. 리프트 타는 곳에도 서너 명만 줄을 서 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 초.중급 코스이기는 하지만 20여회 가까운 활강을 즐기며 스키초보 탈출에 성공. 루스츠리조트. 생초보에서 상급자까지 스키어들의 꿈을 만족시켜 주는 일본 홋카이도 최대의 스키리조트다. '자연 그대로의 파우더 스노' '리프트 기다리지 않기' '다양한 재미의 슬로프에 레저프로그램'까지 어느것 하나 부족한게 없다. 우선 눈의 질이 좋다. 한겨울 적설량은 4~5m 정도. 대개 밤시간에 눈이 내린다. 쌓인 눈은 수분이 적당히 빠져 두툼한 파우더 스노 슬로프를 만든다. 제설기로 인공눈을 뿌리는 한국의 스키장 슬로프와 천양지차. 말 그대로 눈과 얼음판의 차이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4개의 8인승 곤돌라와 4인승 고속리프트, 9개의 의자식 리프트가 시간당 4만명의 스키어를 각 슬로프 꼭대기로 실어나른다. 리조트내 숙박시설은 4천명을 수용할수 있는 규모. 자가용을 이용한 당일 스키어를 하루 2천명 정도로 계산하면 낭비다 싶을 정도의 리프트 운송 능력을 자랑한다. 이솔라, 이스트, 웨스트 등 리조트를 감싸고 있는 3개의 산에 조성된 슬로프는 모두 37개. 총연장 42km다. 이솔라산에는 이 리조트에서 가장 긴 3.7km 길이의 이솔라그랜드 슬로프가 있다. 표고차 5백95m로 다이내믹한 스키 런을 즐길수 있다. 자작나무 숲을 덮고 있는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이스트산과 웨스트산 역시 규모는 작지만 완급을 고루 갖춘 다양한 경사의 슬로프를 자랑한다. 초.중급용 슬로프가 35%를 차지하고 이솔라산에 몰려 있는 상급자용 슬로프가 30%선. 모든 코스를 스노보더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세 산 정상에서의 조망이 특히 좋다. 넓은 도야호의 한겨울 정취, 그리고 후지산의 모습을 닮아 '리틀후지'라고 부르는 요테이산의 설경이 아름답다. 레저 프로그램은 스키여행의 별미. 시베리안 허스키가 끄는 개썰매를 타고, 빠른 스피드의 스노모빌도 혼자서 즐길수 있다. 개썰매와 스노모빌 코스가 독특하다. 골프장의 여러 페어웨이를 지나는 방식으로 설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한겨울 낭만을 만끽할수 있다. 루스츠(일본 홋카이도)=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