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식별번호 통합] SK텔 "브랜드가치 무력화" 반발

정보통신부가 16일 발표한 '이동전화번호 개선 계획'은 사용자 이용편의를 높이고 후발사업자를 육성해 통신시장 공정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2007년 이내로 돼있던 통합식별 번호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이미 부여한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번호도 전격 회수했다는 점에서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업계간 이해관계가 큰 현안을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생략한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F 사장 전격 교체로 정통부를 둘러싼 각종 악성 루머가 나오고 있는 때 또다시 논란거리가 불거져 나와 앞으로 상당기간 후유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 번호체계 개선안 내용 내년부터 새로 이동통신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모두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받게 된다. 신규가입시 011 016 019 등의 식별번호를 받는게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내년 1월부터 SK텔레콤 가입자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번호를 유지하면서 KTF나 LG텔레콤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내년 7월부터는 KTF 가입자가, 2005년부터는 LG텔레콤 가입자가 다른 회사로 이전이 가능하다. 현재 사용하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기존 이동통신사에 1만원 미만의 이전 수수료를 내야 하고 새로 옮기는 회사에 가입비를 내야 한다. 올 하반기부터 상용서비스 되는 비동기식 IMT-2000에 가입할때에도 업체별 식별번호는 없어진다. 당초 정통부는 '010-7XXX-YYYY' 형태의 번호를 SK텔레콤에 부여하고 3천번대 국번을 KTF에, 2천번대 국번을 LG텔레콤에 주려 했으나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대신 4자릿수 국번 가운데 앞의 두자릿수를 무작위로 업체에 배분키로 했다. ◆ 강력 반발하는 SK SK텔레콤은 '충격적인 조치'라며 경악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 방침으로 사업자별 식별번호제가 도입돼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는데 이제와서 사실상 브랜드를 없애라면 말이 되느냐는게 SK측의 항변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011 브랜드를 사실상 없애려는 조치"라며 "지난해 신규가입자가 5백만명, 가입해지자가 3백55만명에 달하는 등 가입자의 유동성이 심해 011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월에 확정된 번호정책을 왜 이렇게 서둘러 바꾸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번호이동성제도 역시 후발사업자엔 최대 1년의 유예기간을 둔 까닭에 SK로선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정통부가 멤버십 혜택을 축소하는 정책도 발표했다"며 "이렇게 되면 민간기업이 창의적으로 마케팅을 펼칠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현철.김남국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