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들의 건강비결]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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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눈(배아)이 제거된 백미는 죽은 쌀이에요. 한문으로 白米라고 쓰는데 두 글자를 합하면 찌꺼기 박(粕)자가 됩니다. 현미의 풍부한 영양은 쌀눈과 쌀겨에 들어있죠"
최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빌딩 4층에서 한 월간지의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백발의 원경선(89) 풀무원 농장 원장이 1백여명의 주부에 제시한 건강비결이다.
유기농법과 농촌공동체 생활의 선구자이자 환경.반전운동가인 그는 1백여분 동안 쉬지않고 차분하면서도 생기넘치는 목소리로 현미식과 알칼리성 음식의 이로움, 유기농법과 환경, 나눔의정신과 반전운동 등에 대해 얘기한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이 외국의 최신 연구자료를 인용하고 특정식품 성분의 구체적인 수치까지도 나열한다.
우리 나이로 아흔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이다.
원 원장은 이날도 오전 9시로 잡힌 강연을 위해 오전 6시40분께 경기도 양주에 있는풀무원 농장을 나섰다.
20여분간 시내버스를 타고 의정부 북부역까지 온 후 지하철을 두번이나 갈아타고 강연장에 8시50분께 도착했다.
강연을 마친 후에는 같은 코스로 집을 향한다.
"우리 나이때는 되도록 많이 걸어야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좋고... 시골에 갈 경우는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서울에 볼 일이 있을 때는 항상 지하철을 타요. 길이 막혀 시간낭비할 염려도 없어 좋죠"
그는 풀무원농장 연수원식당에서 현미식단으로 된 점심을 먹는다.
배추 된장국, 배추 고갱이와 쌈장, 두부 부침, 동치미 등과 함께 팥과 기장이 섞인 현미밥 한공기를 거뜬히 비운다.
"현미에는 비타민 칼슘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을 뿐 아니라 독을 제거하는 성분과 뇌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감마오리자놀이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
각종 성인병과치매 예방뿐아니라 치아 건강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약 30년 동안 먹어온 현미밥이 이 나이에도 불편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원 원장은 어릴 때 제대로 먹지 못해 늘 영양실조였던 데다 간디스토마를 심하게 앓아 평소 한데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가끔 현기증이 났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중반부터 유기농법으로 경작된 현미로 밥을 먹기시작하면서 이런 증상이 깨끗이 사라졌다고 한다.
"유기농사를 지은지 2~3년 후부터 건강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까 농사짓는 나 자신부터 나쁜 약을 마시지 않게 되고 건강해진 흙을 디디고 살게 되니 당연한 결과겠죠"
원 원장은 1년전부터 아침식사를 현미생식으로 대체했다.
현미와 율무 콩 팥을 빻아서 우유에 섞어 마시면 하루가 든든하다고 한다.
그는 "현미식뿐 아니라 면역력을 길러주는 알칼리성 식품들을 많이 먹는다"며 "건강을 지키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도 좋지만 무엇보다바른 식생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