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소보험사의 위기감

49,49,2.방카슈랑스 도입방안이 발표된 지난 16일 이후 중소형 생명보험회사들은 이같은 숫자조합을 부쩍 많이 거론한다. 49는 각각 대형 생보사와 외국계 생보사를 의미한다. 2는 중소형 생보사 자신을 가리키는 숫자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경우 은행들은 특정보험사의 상품판매 비중을 50%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 등 대형은행들은 그동안 추진해왔던 배타적 제휴를 할 수 없게 됐다.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형 보험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제한규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소형 보험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의 판단과 현실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형사와 방카슈랑스 경험을 갖고 있는 외국사만 선호할 뿐이라는 것이다. "판매제휴를 맺기 위해 여러 은행과 접촉해봤는데,판매비중 조절에 필요한 카드로만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기업계열 중소형 생보사에서 방카슈랑스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 임원의 자조 섞인 말이다.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은행들은 대형사와 외국사 상품 위주로만 판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이 과정에서 특정 보험사의 판매비중이 50%가 넘으면 이를 낮추기 위해 중소형사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중소형사 상품의 판매비중은 높아봤자 2%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 임원은 "그룹의 파워를 동원해서라도 '깍두기'가 아닌 당당한 파트너로서 제휴하고 싶다"며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대부분 중소형사들은 이처럼 방카슈랑스를 경영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를 두려운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사장은 "품속에서 호랑이를 키우는 것"이라며 "방카슈랑스가 전혀 반갑지 않다"고 불쾌해 했다. 이에 따라 합병을 통해 대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선 물밑접촉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과 전화 등의 판매채널을 강화하자는 대안론도 나온다.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짜내길 중소형 보험사들에 기대해 본다. 이성태 경제부 금융팀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