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땐 '광고도 전쟁'..백화점업계 매일 매출집계 피말리는 신경전

백화점 광고를 만드는 광고인들은 1년에 네번 전쟁을 치룬다. 대부분 백화점 광고가 연간 네차례의 세일에 맞춰 나오기 때문이다. 제작기간이 일반 광고보다 훨씬 짧은데다 행사내용이나 제품가격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제작진은 일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광고인들은 백화점 광고 제작을 광고계의 3D업종이라 부르기도 한다. 롯데와 신세계는 백화점계의 오랜 라이벌이다. 날마다 매출이 집계되고 다음날이면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롯데와 신세계 광고팀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상대방이 가판(전날 저녁 무렵에 나오는 다음날짜 신문)에 짜임새 있는 광고를 실으면 아침 본판에는 라이벌을 능가하는 광고를 집어넣어야 한다. 롯데 광고를 담당하는 대홍기획의 조운행 차장은 "언제 광고가 수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화점만 4년째인 김상훈 AE도 "백화점이 주말에 근무하기 때문에 광고인들도 덩달아 주말에 일해야 한다"고 옆에서 거든다. 37살과 34살의 두 사람은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아직 결혼도 못했다"며 웃는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라이벌 업체다. 조 차장은 "롯데가 백화점에서 1위를 달리다 보니 잘하면 본전,잘못하면 망신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경쟁업체들이 신선한 광고를 들고 나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도 상대의 장점은 흔쾌히 인정한다. 김 AE는 "신세계 광고의 장점은 일관된 컨셉트"라며 "광고 방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인상이 깔끔하다"고 말한다. 긴장 속에 살기는 신세계 광고팀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광고를 담당하는 제일기획은 기획 담당자들과 제작 담당자들을 묶어 백화점 전담팀을 구성했다. 광고 제작을 지휘하는 정성진 수석은 "순식간에 광고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광고주와 직접 대면하는 기획담당자들과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획담당 김성현 대리는 "롯데보다 광고 물량이 적기 때문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신세계는 올해 한젬마 함복녀 배유정 등 문화계 거물들이 등장하는 지면광고를 준비했다. 현재 "책을 읽어주는 여자" 한젬마가 나오는 광고가 신문에 나가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현재 상품권 TV광고로도 맞붙었다. 백화점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암묵적 합의에 의해 TV광고를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상품권 광고는 예외다. 현재 롯데는 세련된 여성이 누워있는 모습을 부위별로 보여주는 상품권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신세계) 바로 옆에 할인점(이마트)가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걸리버 여행기"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여인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롯데 광고를 담당하는 조 차장은 "백화점들이 요즘 '고급화'를 지향하는 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정 수석도 "상품권 광고의 성패가 정기 세일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