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플레이스먼트' 도입 활기] "해고 6개월前...함께 준비합시다"

"당신은 6개월 뒤 해고됩니다. 지금부터 새 직장을 알아보십시오.' 삼성코닝의 K 차장은 2001년 희망퇴직 후 2개월만에 한국표준협회 수석 컨설턴트로 자리를 옮겼다. 연봉 또한 실적급을 바탕으로 책정돼 삼성코닝에서 받던 액수보다 많다. 삼성코닝은 그 해 구조조정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수원공장과 구미공장에서 각각 51명과 14명이 사표를 냈다. 회사는 이들 65명을 대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Out Placement.전직알선) 전문업체인 DBM에 재취업 및 전직 프로그램 실시를 의뢰했다. K 차장도 이 가운데 한 명이었다. 확산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상시 구조조정 체제.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을 대신해 샐러리맨들의 가슴에 자리잡은 용어다. 비핵심사업의 정리에 따른 대규모 감원은 이제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연초부터 대기업들이 잇따라 발표하는 '사상 최대의 승진, 대규모 발탁인사' 뒤에는 그 만큼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냉정한 기업의 논리가 숨어 있다. 기업들도 '예비 퇴직자'의 재취업과 전직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중요한 인사관리업무의 하나로 간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직원 4백70여명. 이들에게는 정신적 충격을 덜어주기 위한 심리상담과 전직을 위한 적성검사, 창업희망자 지원, 퇴직자들간 정보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구성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서울 태평로에 있는 삼성전자 본관 지하 1층에는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부서가 하나 있다. CDC(Career Development Center)라는 이름의 이 부서는 직원들의 경력관리를 대행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퇴직을 앞둔 임직원의 전직 및 재취업도 여기서 이뤄진다. 연간 4백명의 임직원들이 CDC를 통해 새로운 직장을 찾는다. 포스코도 지난해 희망퇴직을 신청한 20여명을 대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1년간 휴직발령이 내려지며 전직에 필요한 개별 컨설팅과 교육이 실시된다. 물론 이 기간에 급여는 물론 자녀장학금까지 정상 지급된다. 이들 기업 외에도 LG전자 한국철도차량 대한항공 한국HP 한국P&G 태광산업 등이 DBM코리아 같은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운영중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리해고자를 대상으로 전직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에 대해 1인당 75만~1백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력을 줄이려는 회사가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지원금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코닝 대한화섬 태광산업 등이 정부로부터 장려금을 지원받았다. 경제단체도 아웃플레이스먼트센터를 운영중이다. 경총이 지난해 10월 산업기술인력의 재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해 설립된 이 곳에 4백20명이 전직지원서를 제출했다. 변화하는 인사정책 본사의 경영상황에 따라 수시로 해외사업장의 철수가 이뤄지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보편화된 제도다. 특히 사업장 철수에 앞서 최소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직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P&G의 경우 지난 99년 지방생산공장을 축소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국다우코닝과 애질런트코리아 등도 선진적인 퇴직관리 기법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직원 4천5백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다운사이징(Downsizing.인원감축)이 이뤄졌던 대우자동차 사례가 성공적인 케이스다. 당시 대우차와 채권단, 노동부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청 등이 상호 협력을 통해 상당수 직원들이 전직에 성공하면서 노동연구원에 의해 한국 최초의 노.사.정 협력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DBM 관계자는 "아웃플레이스먼트는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경력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설계를 해보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회사와 종업원 모두 퇴직이 이제 더 이상 끝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계기라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