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질 포럼] 새로운 품질시대가 열린다 (1) '과제달성형 품질개선'
입력
수정
결함이나 낭비 제거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 품질관리로는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품질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시작됐다.
기존에 하던 일의 오류나 낭비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문제해결형' 개선활동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일본 산업계에서는 '과제달성형' 개선활동을 연구하고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환의 계기가 된 것은 카메라 제조업체인 코니카가 혁신적 신상품의 개발에 사용한 새로운 접근방법이었다.
1970년대 초반 카메라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성숙기에 들어 선 시장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을 목표로 코니카는 새로운 카메라를 개발하기로 하고 R&D 요원과 마케팅 요원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고객의 소리를 광범위하게 경청했지만 고객의 요구와 희망은 모두 사소한 개선이나 변경을 요구하는 정도여서 더 이상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고객들이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진현상소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관찰된 가장 큰 문제는 초점이나 노출이 맞지 않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사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코니카는 플래쉬가 내장된 자동초점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코니카가 개발한 '보고 누르기'만 하면 된다는 '포인트 & 슛(point and shoot)' 개념의 콤팩트 카메라는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을 새롭게 재창조했다.
오늘날 카메라 시장에서 콤팩트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도쿄와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한 게이힌(京浜) 지구의 품질연구회에서는 코니카의 성공에 주목하고 수년간의 연구를 계속한 끝에 과제달성형 접근방법의 기본적 체계를 제시했다.
고객의 목소리에 충실하면 혁신적 신상품은 아닐지라도 안전한 개량상품은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도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비만을 염려하는 고객들의 한결같은 소망에 따라 한때 맥린(McLean)이라는 저지방 다이어트 햄버거를 출시하였지만 고객들은 입맛의 유혹을 떨치지는 못했다.
그런데 고객에게 물어보지 않고서 어떻게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고객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그들의 잠재적 욕구를 어떻게 알아 낼 수 있을까.
코니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을 '관찰'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런 환경 하에서 고객을 관찰하자는 공감적 설계(empathic design)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