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기업사랑이 경제정책 바탕돼야

노무현 신정부의 10대 국정과제로 제시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어제 인수위에서 제시됐다. 그동안 아이디어 차원에서 쏟아져 나왔던 각종 과제들을 종합 정리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바로 그 때문에 다소는 초점이 분산되고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라는 우려도 갖게 된다. 선진적인 제도라며 두서 없이 끌어모은 결과 개혁 과제들 간에 상충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이고 이들 제도를 모두 도입하고 나면 한국 기업의 경영환경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기형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같아 그 점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사외이사 제도를 확대해 기업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증권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기업의 잘못을 중벌(重罰)하며, 출자 총액에 대한 규제를 계속하면서 동시에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활기찬 경영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과연 말처럼 쉬울 것인지 우선 의문을 갖게 된다. 또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산업지원제도를 재정비하며,금융시장을 선진화하여 기업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정책 목표가 '분배와 감시기능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과는 과연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도 궁금하다. 인수위와 공정위 일각에서 제기된 금융계열분리 청구제도 등이 검토과제로 분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으나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하고도 복잡한 장치들이 준비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기업가들이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일부 전향적인 부분을 지적한다면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고 토지이용 규제를 합리화하며 수도권 정책을 '억제'에서 '계획적 관리'로 바꾸겠다고 밝힌 점 등이라고 하겠으나 전체적인 정책방향을 놓고 보자면 역시 기업에 대한 시각 만큼은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느낌을 갖게된다. 물론 정부 정책이 사회세력 어느 일방의 요구와 이념 만을 반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기업 경영 활동이 복잡한 그만큼 장려와 규제,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주어지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며,기업을 감시의 대상으로만 파악하는 정책 아래에서 경제의 활력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수위가 점차 기업 규제완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업이야말로 복지와 고용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좀더 깊이 인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