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칫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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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수명은 20세기에 무려 30년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수명이 이처럼 길어진 가장 큰 이유는 페니실린을 비롯한 각종 항생제와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고 주거 및 작업 환경이 개선돼 전염병의 예방이 가능해진데다 산모와 영아 사망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칫솔의 일반화와 상수원 불소화 확산 등으로 치아 건강이 크게 좋아진 것도 수명 연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실제 인간의 수명과 삶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20세기 공중보건 분야 10대 업적'중 하나로 충치 예방을 꼽았다.
치아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보기 흉한 건 물론이요 제대로 씹지 못하면 소화가 안돼 곧바로 건강을 해친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튼튼한 이를 오복(五福)의 하나라고 했거니와 미국 시카고대 마이클 로이젠 박사는 이와 잇몸만 잘 관리하면 최소 6.2년 젊게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아프면 빼고 우물거릴 수밖에 없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새로 해넣을 수 있고 최근엔 티타늄으로 만든 '임플란트'(인공치아 이식)도 나왔다지만 제아무리 좋아도 원래 자기 것같을 순 없다.
미국인들이 없으면 안될 첫째 발명품으로 칫솔을 꼽았다는 소식이다.
서구에서도 칫솔이 일반화된 건 1차 세계대전 이후다.
이전에도 돼지털 칫솔이 있었지만 비싸서 안쓰였는데 충치 탓에 징집면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많은데다 전쟁중 충치가 급성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필요성이 커졌던 것이다.
결국 전쟁 뒤인 27년 노르웨이 회사 '조르단(JORDAN)'이 대량 생산에 들어갔고, 38년 미국 듀폰사가 돼지털 대신 나일론솔을 개발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47년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사(현 LG생활건강)가 52년 선보인게 시초다.
칫솔과 치약은 지금도 명절 선물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칫솔질을 위아래로 하지 않고 옆으로 하면 치아와 잇몸을 마모시켜 겨울철 이시림증으로 불리는 지각과민증에 걸려 고생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고 잘 사용해야 하는 모양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