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86과 핸드폰 .. 이기형 <인터파크 사장>

3ceo@interpark.com 386 86세대와 온라인 산업은 마치 숙명처럼 얽혀 있다. 386세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사이 그들은 PC통신이라는 큰 '충격'을 접하게 된다.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천지개벽'이 가능할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나도 그 때의 마음속 설렘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여기서 뭔가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그래서 한번 인생을 걸어볼만하겠다'는 제법 운명적인 느낌 말이다. PC통신이 급속히 커지고 수익도 많이 내게 되는 90년대 중반쯤 386세대는 또 한번 인터넷이란 쇠망치로 세게 얻어맞게 된다. 그 당시는 프로그램 설치와 접속 모두 느리고 어려웠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 지구 반대편의 그림과 글이(386세대인 내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면에 '스멀스멀' 기어나올 때의 충격은 혁명적이라 할만했다. 여기서 논쟁이 벌어진다. 광케이블을 먼저 설치해 속도와 표현의 제약을 극복하자는 주장이 하나요,전세계 누구나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발전시켜 '미래'를 만들자는 주장이 다른 하나다. 현재까지는 후자의 주장이 보기좋게 맞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나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제 생태계가 스스로 발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싶다. 조림사업으로 아마존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386이 486으로 옮겨간 시점에서 우린 또 다른 충격을 받고 있다. 무선통신이 가져다주는 충격인데,여기서도 우린 두 갈래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PDA가 점점 작아지고 휴대폰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무선 인터넷을 평정해 가는 미래와 휴대폰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무선인터넷을 수용해가는 미래가 그 두 갈래길이다. 고민이 되어 최신형으로 휴대폰을 바꾸고 열심히 사용해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휴대폰은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림,동영상이 제공되는 모양새나 제공되는 서비스를 볼 때 얼마나 더 발전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선 쇼핑도 이젠 가능할 것만 같다. 사실은 확신까지도 든다. 정보통신산업에서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혁명처럼 다가왔다면,2000년대 초반은 분명 무선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버금가는 변화를 줄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최근 이통전화망과 휴대폰이 얽혀 확대발전해 가는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생태계를 보건대,분명 휴대폰이 견인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