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티샷] "천혜의 그린으로 남몰래 빨려든다"

올 겨울 유독 심술을 부리는 동장군의 기세에 골퍼들의 국내 골프장 이용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퍼들이 해외 골프 투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비행거리 5시간 남짓한 거리라면 여행의 피로감도 덜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덕분에 동남아시아,일본 등으로 떠나는 기존의 해외 골프 투어 상품들이 겨울 특수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해외골프 투어 열풍에서 대만이 불러일으키는 관심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대만은 그간 인기있는 골프 해외투어 대상지는 아니었다. 지난 1990년 국교가 단절된 이후가깝고도 먼 여행지가 되었기 때문.국적기마저 정기 노선이 없어 대만을 찾으려면 외국 항공사를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대만이 가진 지리적,기후적 요건을 따지고 보면 겨울 골프 투어지로 이만한 곳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아열대성 기후를 갖고 있어 한겨울에도 약 10~15℃의 기온을 유지한다. 여름에는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지만 겨울 라운드로는 최적인 셈.지난 해 10월 초부터 대만 골프 투어 상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을에서 초봄까지의 시즌이 대만 골프 투어의 성수기로 불리고 있다. 비행시간이 2시간 20여 분 정도에 불과해 피로를 최소화하면서 라운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30분에 출발하는 캐세이패시픽 항공을 이용할 경우 도착 당일에도 라운드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현지 출발 시간이 오후 4시 50분 이어서 귀국당일 오전에도 라운드를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짧은 1박2일의 여정에도 2회의 라운드가 보장되는 셈이다. 대만 내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이 많아 여유로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보너스까지 있다. 대만의 유명 골프장들은 대부분 타이베이 근교에 위치하고 있다. 릴리 GC 는 공항에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18홀 규모의 골프장.자연 친화적인 컨셉트를 가장 잘 살린 탓에 우거진 숲이 필드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덕분에 맑은 공기와 빼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1990년에 오픈한 이후 골프와 휴양을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체로 코스는 무난할 뿐만 아니라 국내의 몇몇 골프장을 떠올릴 만큼 친숙하게 레이 아웃되어 있어 라운드의 어려움이 없다. 18번 홀의 경우 초보자라 할 지라도 맘껏 드라이브를 휘둘러보기에 그만인 곳.언덕에서 티 샷을 하는 식이어서 전체 홀의 거리가 쉽게 측정되는 탓이다. 칩 샷만 잘 붙여도 버디를 쉽게 노려볼 만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싱푸(HSING FU) GC 와 미라마 CC 는 공항에서 20분 남짓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다. 싱푸 GC의 경우 27홀 규모로 타이베이시 근교의 항구에 위치하고 있다. 3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으며 평지에 조성되어 있어 필드의 기복이 덜한 것이 특징.미라마 CC 는 지난 1992년 잭 니콜라우스에 의해 설계된 총 36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12개의 연못과 1백11개의 샌드벙커가 코스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난이도 조절은 물론 눈부신 경관까지 한꺼번에 챙겨 놓았다. 골프연습장과 레스토랑,게임룸,사우나 등은 물론 VIP 전용 휴게실까지 갖추고 있어 부대시설 면에서도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의 골프장 가운데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 타오윤 GC.1979년에 18홀 규모로 설립된 뒤 86년에 9홀을 추가했다. 75헥타르의 코스 전체가 완전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백만 여 개의 나무로 조성되어 있는 탓에 홀간의 이동이 나무그늘 아래서 마치 숲 속을 지나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 타오윤 GC에 소속되어 있는 1백70여명의 캐디가 모두 여성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