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떠나요] 서산 간월도와 어리굴젓 .. 음~이 기막힌 別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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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의 겨울 바다는 오전 11시부터 물이 빠지기 시작해 오후 6시가 지나면 물이 다시 해변 턱밑까지 차오른다.
간조 때 보여주는 갯벌은 간월도의 황량함을 더욱 극적으로 더해준다.
이 시간 동네 아낙들이 한치의 추위도 허용치 않겠다는 복장으로 온몸을 중무장하고 등에는 바람막이 대용의 장판지를 등에 짊어진 채 나타나기 시작한다.
왼손에 작은 바구니 한개,오른손에 조세(굴 채취에 사용하는 연장,조그마한 막대에 단단한 쇠꼬챙이와 갈고리가 달려있다)를 든 아낙들은 바구니를 바로 앞에 떨어뜨려놓은 채 목장갑을 낀 손으로 조세를 들고 작업을 시작한다.
갯벌에 뒹구는 작은 바위에 붙어있거나 뻘밭에 머리만 달랑 내놓은 굴들이 아낙들이 노리는 것들.하지만 이 작은 굴들은 수확하기가 만만치 않다.
바위에 붙어있는 것을 예리한 갈고리로 떨어뜨리거나 굴의 입을 정확히 찾아 갈고리 끝으로 벌리는 작업은 그들의 손을 목수 이상 험악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뿐이랴,허리를 장화쪽까지 숙였다가 반만 펴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허리는 통증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무뎌지게 된다.
"아무나 못하지유,숙달되려면 한 3년 이상 해야 허는디,그래도 한 10년 해야 손이 안보이게 빠를 정도로 하지유."
굴 채취작업만 40년 이상 했다는 김영래 할머니(71)는 숙달된 사람이 하루종일 해서 두바구니,그렇지 않은 사람이 한 바구니 가득 채운다고 설명한다.
작업이 끝나면 바로 어촌계에서 사들이는 이 굴바구니 한개 값은 6만원.그러니까 아낙들의 하루 벌이는 6만원에서 12만원 사이인 셈.한바구니에 들어가는 굴의 개수는 약 2천개 정도.그러니까 한바구니를 채우려면 2천번의 중노동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굴 채취는 혹독한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11월초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오기 직전인 4월초까지 밖에 할 수 없다.
4월이 되면 산란기가 접어들므로 이때의 굴맛은 독소를 품게 되므로 아리하게 된다.
서산의 굴을 대표하는 간월도 굴은 모양은 작고 볼품없지만 그 맛은 다른 지방 어느 것보다 고소하고 달기로 소문이 나있다.
어리굴젓은 소금으로 간을 해 숙성시킨 뒤 고추장으로 양념해 버무린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냥 굴젓이라 하지 않고 왜 어리란 말을 붙였을까.
여기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어리"라는 말은 "덜된","모자란"의 뜻을 지난 "얼"에서 나온 말이다.
짜지 않게 간을 하는 것은 얼간이라고 하며,따라서 얼간으로 담근 젓이 어리젓이다.
어리굴젓의 맛의 비결은 바로 이 얼간에서 비롯된다.
젓갈을 담글 때의 소금 양은 대체로 젓갈 재료와 같은 양이거나 적어도 3분1이상을 넣는 것이 보통이다.
소금 양이 적으면 맛이 상하고 많이 넣으면 짜기 때문에 적당한 양의 소금 배합이 젓갈 맛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보통 젓갈보다 훨씬 적은 20% 정도만 소금을 사용한다.
보통의 굴들은 조직이 연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소금만 넣어도 물렁하게 되나 간월도의 굴은 워낙 튼실해 이 정도의 얼간으로도 굴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발효한다.
여기에 간월도에서 채취되는 굴은 다른 굴보다 터럭(가자미)이 서너배가 많고 몸에 미세한 털이 많이 붙어있다.
이 때문에 고추장이 몸에 골고루 배합되어 이상적인 맛의 형태를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간월도 어촌계장 김용남씨는 "굴이 질질 흘러내리거나 굴젓 두어 점으로 밥 한공기를 먹을 정도로 짜다면 그건 가짜 어리굴젓"이라고 말한다.
현재 서산에는 무학표를 포함 모두 세 개의 어리굴젓이 생산되고 있으나 서산수협이 전통식품이라고 보증하며 간월도에서 채취되는 굴을 사용하는 곳은 무학표뿐이다.
이 무학표 어리굴젓은 서울 등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서산수협이나 간월도의 어촌계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타지 사람들은 전화주문을 하면 택배로 배달해준다(041-662-4622.www.muhakerigul.com www.saseu.com)
어리굴젓의 명성은 그 깊은 맛에 반한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하면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그 맛에 탄복한 태조 이성계가 어리굴젓을 칭송하면서 이후 왕에게 바치는 진상품이 됐고,반드시 서산의 간월도에서 나오는 어리굴젓을 최고로 쳤다고 전해온다.
주변 관광지로는 간월도 방조제에서 육지쪽으로 뻗어있는 간월 부석 간척지구의 철새도래지나 안면도를 꼽을 수 있다.
약 15년이 걸린 대규모 간척사업은 3천3백20만평의 논과 2천4백만평의 담수호를 만들었다.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이곳에 12월초부터 2월초까지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고,지금은 주남저수지에 버금가는 신흥 철새도래지로 변모했다.
청둥오리가 떼지어 담수호에 모여있고 비오리 흰빵검둥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가마우지 왜가리 말똥가리 등 30여종의 철새 20만마리가 새들의 낙원을 이루곤 한다.
꽃지를 비롯 방포,백사장 등 그림같은 해수욕장과 자연림 등이 조성된 안면도는 그야말로 관광의 보고.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에서 서산까지 승용차로 1시간 반이면 족하다.
서산을 먼저 들러야 할 경우엔 서산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서산 시내에서 안면도,간월도 표지판을 따라 가다 창리 사거리에서 좌회전 10여분 달리면 오른쪽에 간월도가 보인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안면도.곧바로 간월도를 가려면 서산인터체인지 지나 홍성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안면도쪽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에 간월도가 있다.
서산을 들러 오는 것보다는 20여분이 절약된다.
글=장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