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라크戰이 일어나면..朱尤進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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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공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전세계의 주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한국 주가도 6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경우 유가는 4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고,이러한 고유가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세계경제는 공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년전만 해도 20달러였던 유가가 지금은 30달러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45달러로 뛰면 지금까지 한계상황에서 버텨오던 많은 기업이 도산하며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유럽경제는 올해 0∼1.5% 성장을 예상할 정도로 허약한데,추가 유가상승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 성장을 예측하는 미국경제도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1.5% 정도로 둔화될 것이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때 경제적 대가를 가장 적게 치를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중동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많이 줄였고,에너지효율성도 크게 향상시켜 1970년대에 비해 같은 양의 석유로 두배 이상의 국민총생산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마이너스성장 위협에 처해 있는 유럽경제에는 다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은 현재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데,전쟁으로 인한 소비위축 현상과 유가인상으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경제는 더 악화될 것이다.
일본경제도 미국과 유럽경제의 약세로 수출시장이 위축되고,이에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올해에도 제로성장 언저리에서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전이 한국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더 크다.
미국과 유럽경제 성장이 각각 1% 감소할 경우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석유화학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수출시장이 축소되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2년 동안 내수경기의 활성화를 가져온 카드 및 부동산 대출기준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내수 버블이 많이 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여행자 및 화물 이동의 감소로 항공산업 관광산업 해운업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가가 45달러를 지속할 경우 우리는 석유비축량이 충분치 않아 유류배급제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라크전에 대한 낙관적 시나리오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전처럼 속전속결로 후세인이 제거되고,다시 석유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면 유가가 곧바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친미 정권의 등장으로 중동정세가 안정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속결된다 하더라도 석유생산에는 여전히 차질이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는 지난 걸프전에서 자국의 유전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행위'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단기적으로 끝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고,증시는 오히려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파괴된 유전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지금의 유가상승은 실물 수요공급보다 미래에 대한 헤징(hedging)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곧바로 유가하락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산유 수출국으로 떠오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생산량을 늘리고,베네수엘라의 유전 파업이 마무리되면 유가는 10달러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발발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우리는 전쟁의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에 다 대비해야 한다.
먼저 석유비축량을 늘리고,범국민적인 에너지절약운동을 펼치며,우리 기업이 지속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적인 구조조정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선별적인 투자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하며,개인투자자도 전쟁효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wchu@car12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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