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밀라노 사업' 계속될까

대구시가 올해 말로 끝나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후속사업을 위해 내년에 6천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5년간 대구지역의 최대 지원사업으로 추진했던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과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원과 관련, 될 만한 사업만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대구시가 '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을 수정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 밀라노프로젝트의 문제점 =지난 9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총 6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밀라노 프로젝트가 추진됐음에도 불구하고 섬유수출액은 계속 줄고 있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산업비중도 지난해 35%로 떨어졌다. 동국 갑을 등 대구지역의 간판 섬유기업들은 워크아웃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삼아 동성교역 등 선도 섬유기업조차 사업의욕을 잃고 사업축소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역할을 하는 섬유단체장들조차 건설 부동산개발 전자산업 등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기술력과 성장성 수출액 등을 비교해 선정하는 대구시 선도기업 선정에서 섬유업체의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30개사중 2개사에 그치는 등 밀라노프로젝트의 성과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 포스트 밀라노 사업 필요한가 =포스트 밀라노 사업은 1차 사업에서 구축된 각종 하드웨어가 추가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관기관인 산업자원부나 대구시는 사업성에 관계없이 지원을 계속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서정해 경북대 교수는 "섬유수출과 생산이 계속 감소하는데다 더 이상 섬유업을 할 수 없다며 손을 드는 업체가 속출해도 산자부가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과를 우수하다고 평가한 것은 너무 상황논리에 집착한 결과"고 지적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오면 된다는 단순논리로 기회비용을 감안하지 않아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대 대구테크노파크 단장을 역임한 이종현 경북대 교수는 "대구의 첨단산업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면 대구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있는데 더 이상 지원은 어렵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밀라노사업이 대구를 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고 있다"고 극언을 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견섬유업체인 A사의 K사장은 "밀라노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은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 향후 전망 =대구시의 추가지원 계획발표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밀라노사업에 대한 열기는 눈에 띄게 식어가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생각과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조해녕 대구시장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섬유업보다는 첨단산업의 육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섬유업의 위상이 축소되면서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기계와 전자관련 첨단산업들의 반발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강준 기계조합이사장은 "대구시의 지원을 섬유업에 집중하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섬유회사 대표가 대구상의 대구경영자협회 달성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구경제계에서 섬유업계의 영향력 자체가 크게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