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교육의 새 정책 방향..李龍兌 TG삼보컴퓨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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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龍兌
박정희 정권 말기,정부는 재학생들에게 학원출입금지령을 내렸다.
이것은 정부가 시스템을 설계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간과한 대표적 사례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시스템을 만들면 성공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교육이라는 것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다 능률적으로 실력을 길러서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그 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도 당시 정책입안자는 학생은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모든 부모들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그것은 그룹과외 개인지도 비밀학원 등을 통해 공인된 학원 이외에서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일이었다.
정책 당국자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해로운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어머니들은 더 잘 가르치는 그룹지도선생을 다투어 찾아 나섰고,고액과외라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이때 정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보는 노력을 하는 대신 고액과외 때려잡기에 나섰다.
마치 밀수꾼이나 마약사범을 단속하듯이 과외수업을 한 교사와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물론 그 부모들까지 처벌했다.
그 부모가 공무원일 경우에는 직위를 두고 문책했고,개인일 경우에는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교육이란 자라나는 세대로 하여금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각 개인이 행복하게 일생을 살 수 있는 품성과 소양을 기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교육에 열을 낼수록 국가와 사회 및 개인에게 득이 되므로 우려할 일이 못된다.
지금 교육과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입시라는 좁은 목적에 돈과 노력이 집중되고,그렇게 투입된 에너지가 국가 발전과 개인의 능력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첫째,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나갔을 때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품성을 기르는데 둬야 한다.
부자관계 부부관계 친구관계 직장의 상하 및 동료들과의 관계 등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정리해 발표할 줄 알아야 하고,남의 애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부단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추리력과 판단력의 배양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요즘같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창의력을 키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셋째,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자기 시간을 관리하고,자기 돈을 관리하고,인생을 설계해 그것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을 증진하며,감정을 순화하고,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요즘 아이들이 참을성 없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자기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지식교육을 들 수 있다.
지금의 교육은 지식중심 교육,입시중심 교육,전달중심 교육,암기중심 교육에 편중돼 있다.
지식은 교육의 한개의 요소일 뿐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기 위해서 지식교육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식교육에 있어서도 근본적으로 두가지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한가지는 교사가 지식을 가르치는 대신 학생들이 지식을 얻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또 한가지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일이 아니라,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확실히 알게 하는 일이다.
이러한 네가지 목적에 따른 교육이 이루어지고,학생 개개의 학습과정이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모두 기록된다면 대학은 이 기록에 의거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 입시를 위한 과외공부가 줄어드는 대신,훌륭한 인격을 기르고 모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교육 에너지가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뿌리내릴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된다.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교육의 새 방향이다.
ytlee@trig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