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규 한달째 두산重 창원공장 .. 바이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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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동안 매년 40일 이상 파업을 일삼아왔습니다.노동조합에 끌려다니며 경영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김종세 두산중공업 부사장)
"노조를 회사경영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경영진의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김창근 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공룡으로 불리며 한국기계산업의 본산을 자처했던 두산중공업이 민영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9일 전 노조간부 배달호씨의 분신자살로 촉발된 노사 갈등이 한 달이 지나도 좀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사태는 이제 한 노동자의 죽음보다는 올해 춘투를 가늠하는 잣대로 규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일단 현장으로 복귀해 겉으로는 다소 진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경영은 속으로 깊은 멍이 들고 있다.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이 조합원의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벌이는 선전전도 멈추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파업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의 복귀와 가압류,손배소의 취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불법파업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며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배씨의 시신은 아직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사업장에 놓여있다.
노동부의 특별조사단이 지난 6일 첫 현장조사를 실시한 이후 다소 느슨해졌던 양측의 대립각은 다시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회사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합원 성향에 따라 잔업과 특근에 차별을 둬 왔다는 내용의 문서를 노조측이 공개하면서 이뤄진 조치다.
정부차원의 조사에 대해 노사 모두 겉으로는 환영하고 있다.
회사측은 정당한 경영권 행사도 부당노동행위로 오해받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김상갑 사장)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조도 이번 조사로 회사측의 노조탄압이 밝혀질 것(박유호 금속연맹 조직부장)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3백페이지 분량의 부당노동행위 자료를 제출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들도 중재능력을 상실한 채 개입을 꺼리고 있다.
검찰 역시 법적으로는 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신분의 노조간부를 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창 선적작업이 이뤄져야 할 사업장 부두의 크레인은 이미 오래전에 멈췄다.
바이어와 부품업체 엔지니어들이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해 붐비던 정문은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친 경비원들의 삼엄한 눈초리만 오가고 있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수주잔량은 6조7천억원.
이중 두산중공업의 '자랑'인 담수화설비 수주잔량은 4천4백억원에 불과하다.
플랜트부문도 5천4백억원에 그치고 있다.
내년 이후 공장가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어들도 방문을 외면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47일간의 파업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최대 고객인 미국의 GE는 5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취소해버렸다.
5년짜리 다년계약 총물량(15억달러 규모)의 3분의 1을 앉아서 날려버린 셈이다.
발주업체들은 이제 계약을 따내려면 납기를 지키겠다는 노조위원장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라크 전쟁이 가시화되면서 중동지역으로부터의 발주도 올스톱됐다.
두산중공업은 기계산업 요람인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사업장이다.
원자력 발전설비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기도 하다.
한국중공업시절부터 12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한 엔지니어는 "솔직히 어느쪽이 옳고 그른지에는 관심이 없다.투쟁일변도의 노조집행부도,조합원을 설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회사에도 염증을 느낀다.단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창원=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