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대통령 비서실 직제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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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할 청와대 비서실 직제 개편안이 확정 발표됐다.
장관급 3명(비서실장·국가안보보좌관)과 10명의 차관급 수석 및 보좌관으로 구성되는 적지않은 조직이다.
현행 비서실 체제보다 차관급 2명이 늘어났을 뿐이라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상당히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우선 정책실만 하더라도 장관급 실장 아래 차관급 수석을 두고 또 그 아래 국정과제 태스크포스까지 설치하는 등 조직규모와 성격이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비서실은 기능상 참모로서의 역할이 기본이라고 하겠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독자적인 행정부처에 맞먹는 계선(係線)조직의 외형을 갖는다고 보겠다.
또 여기에 다시 경제 보좌관,정보과학기술 보좌관 등이 별도로 설치되고 보면 경제 분야는 비서실 내부에서조차 '중복'이 빚어질 경우가 없지 않을 것 같다. 주요 정책결정이 행정 각 부처보다는 비서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구도가 새정부 들어 더욱 고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교육문화 복지노동 등 그동안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일부 조직이 폐지되는 것은 옳다고 하겠으나 장관급 정책실장과 정책수석을 뒷받침하는 국정과제 태스크포스까지 설치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서실이 내각을 직접 지휘·통제하는 역할과 기능까지 하게 되지 않을지…. 물론 대통령제 하에서 청와대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칫 내각과 국무총리의 기능이 형해화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엊그제 확정된 비서실 직제는 행정 각부와의 마찰과 다툼,정책 혼선과 결정과정의 복잡성만 초래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장관급 고위직의 수가 현재의 비서실 체제와 동일한 3명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비서실장 외에 2명이 특보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어서 내용적으로는 2명의 장관이 순수하게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다.
현 비서실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1명의 장관급을 두었을 뿐이고 대부분 정권이 말기로 갈수록 장관급을 늘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출발부터 3명의 장관급을 두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
역시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국정의 중심이 내각 아닌 청와대로, 행정부처 아닌 비서실로 옮겨갈 가능성이다.
그런 상황 하에서라면 내각의 책임행정을 논할 수도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는 국정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지만 비서실 직제개편안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