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교각살우'
입력
수정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할 생각입니다.
기업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 밑에서 사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회사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 없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새 정부 인수위의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동남아 국가들에도 뒤진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1백만원 이상이 보통이다.
1백60만원까지 주는 곳도 있다.
일부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보다도 더 받는다.
법적으로는 최저임금(8시간 기준) 52만1천4백원 이상만 주면 되지만,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중소기업들은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이 가능해지는 등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중소기업의 경영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은 외국인근로자 1인당 월평균 37만원의 인건비 상승요인을 가져온다고 기협중앙회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고용허가제 도입 얘기가 나오면서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이탈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6백55명이 이탈했던 외국인근로자가 지난달에는 1천명 넘게 사업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법체류자 상태에서 재취업을 하게 되면 새로 도입될 고용허가제 테두리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시화공단에서 인쇄회로기판을 도금하는 디케이써키트 신동천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 문을 닫으라는 정책"이라며 "기업인들이 걱정하지 않고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외국인근로자를 보호하다가 이들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