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목민심서
입력
수정
"벼슬살이 하는 이에게 비결이 되는 세 글자가 있으니 청(淸·맑음)과 신(愼·삼가는 것),그리고 근(勤·부지런함)이다." "수행원은 줄이고 안색은 온화하게 하며 백성들을 찾아가 의논하면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리라." "뇌물을 주고 받음에 누군들 비밀스럽게 하지 않겠느냐마는 한밤중의 소행이 아침이면 이미 소문이 퍼진다."
다산 정약용이 2백년전에 쓴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율기(律己)편'에 나오는 글로,관리들이 명심하고 실천할 일들을 조목조목 써놓은 경구들이다.
당파정쟁에 휘말려 강진의 유배지에서 쓴 이 책은,다산이 암행어사와 부사 등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이어서인지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처신은 다르지 않아 항상 청렴과 자기희생이 으뜸의 덕목으로 꼽힌다.
공직자의 몸가짐과 자기관리가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다산은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청렴하려 한다"고 말한다.
뇌물에 또는 사사로운 인연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가족은 물론이고 후손에까지 불명예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경계한 말일 게다.
목민심서 외에도 관리들이 새겨야 할 일종의 윤리강령은 많았다.
녹(祿)을 먹는 동안 백성이 하는 영업을 하지 않고,논밭이나 집의 칸수를 늘리지 않고,혹 집을 판다 해도 산 값에 더 얹어 팔지 않으며,관물(官物)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다.
조선시대 청백리들이 다수 나온 것도 이러한 윤리의식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무원의 윤리가 새삼 강조되고 있다.
공무원 윤리강령에 향응과 축의금 부의금 등 세세한 내용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모양이다.
대통령인수위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직부패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목민심서에 관심을 갖고 다투어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과목으로 목민심서를 채택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목민관의 자세와 개혁을 강조하는 다산의 사상이 부각되고 있지만,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