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분열위기에 직면한 나토

[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은 지난 3주 동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이라크 군사행동이 취해질 경우 터키를 방어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벨기에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 왔다.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10일 나토는 터키문제와 관련한 합의점을 찾는데 끝내 실패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가 미국의 요구에 비토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나토의 이같은 분열상은 1949년 북대서양조약이 발효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세 나라의 반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현재 나토는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 세 나라를 제외한 여타 나토 회원국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터키는 나토의 회원국 중 이라크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경우 터키는 심각한 안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나토측에 패트리어트 미사일,공중조기경보기(AWACS)등의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로드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터기 방어를 위한 나토 회원국간의 이견은 없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회원국들이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니컬러스 번스 나토 미국 대사도 "나토회원국들은 현재 '신뢰성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 또한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터키 내에서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라크가 보복공격을 감행할 경우 제1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나토 주도의 방위가 불가능하다면 터키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미국을 비롯한 대이라크전 참가국들과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하나를 위한 모두,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나토의 집단방위 정신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나토의 이같은 분열상은 대이라크전에 대한 입장 차에서 비롯됐으나,탈냉전 이후 나토는 이미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 프랑스는 드골시대 이후 강력한 하나의 유럽을 건설,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산하에 신속대응군을 창설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나토는 전세계적인 테러리즘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테러 직후 전개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나토는 비록 공식적으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나토 회원국들은 군대를 파병했다. 내년이면 동유럽 7개국이 나토에 가입하게 된다. 발칸반도의 3개국도 언젠가는 합류할 것이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그 힘이 반드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동유럽 또한 서유럽과 마찬가지로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독일 프랑스 등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지만,폴란드를 비롯한 6개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이 최근의 분열상이 얼마나 심각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깨닫게 된다면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토는 이미 많은 상처를 입었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넷판(2월10일)에 실린 'An alliance in turmoil'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