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봉 '융프라우'] 하늘로 이어진 슬로프

겨울 융프라우는 '순백의 낙원'이다. 누군가 최상의 설경을 마음속에 떠올렸다면 이곳의 풍광은 그 상상을 여지없이 뛰어넘는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스위스의 눈덮인 알프스로 가는 길을 '꿈의 여정'으로 불렀다. 특히 유럽 최고봉 융프라우(해발 4천1백58m, '순결한 여성'이란 의미)가 있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은 겨울 알프스 여행의 백미(白眉)다. 정상에서 기차를 내려 비경을 바라보노라면 천계(天界)와 자신이 소통함을 느낀다. 비경에 더해 자연산(?) 슬로프에서 즐기는 스키와 보드, 눈썰매는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4월말까지도 스키를 탈 수 있는 융프라우 주변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리조트다. 우리식으로 "스키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현지인들은 자못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접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이곳에선 여름내 소가 노닐던 산악 경사면에 눈이 덮이면 자연스레 슬로프가 생겨난다. 때문에 하나의 코스안에도 다양한 난이도의 경사가 공존한다. 열차가 리프트 역할도 한다. 그래서 산악열차를 탈 때는 리프트권 하나면 무사통과다. 산 중턱 정거장에서 스키를 타고 아랫마을의 역까지 내려간다. 또 거미줄 엮듯 잘 짜여진 45개의 리프트와 곤돌라망은 2천5백m가 넘는 알프스 준봉들의 꼭대기로 스키어들을 안내한다. 융프라우의 전체 슬로프를 연결하면 무려 2백13km. 서울~대전간 거리다. 월드컵 스키대회가 열리는 라우버호른과 멘리헨엔 마음놓고 활주할 수 있는 쿠르즈스킹 코스가 펼쳐져 있다. 때론 폭이 50m가 넘는 슬로프가 나타난다. 설질이 좋아 가파른 경사에서도 회전에 무리가 없다. 대부분 슬로프는 텅 비어 있을 정도라 충돌위험은 거의 없다. 슬로프 중간중간에 서 있는 붉은 색 이정표에만 유의하면 산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한국의 슬로프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피르스트(First) 지역을 추천할 만하다. 하늘 아래 첫 마을이란 뜻의 피르스트는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30분 가까이 올라간다. 2천3백m의 고원지대에 완만하게 펼쳐진 피르스트 스노우파크는 초.중급 스키어들이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상급 스키어들은 정상에서 그린델발트까지 스키로 내려갈 수도 있다. 요즘엔 아이거 봉(峰) 하단 등지에 눈썰매장이 개장돼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스키와 마찬가지로 산중턱에서 기차를 내려 나무 눈썰매로 아랫동네까지 간다. 여행지에서의 식도락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스위스 대표식 '치즈 폰듀' 외에 샤브샤브 형태의 '폰듀 시누와'와 '라클렛'도 별미다. 스위스산 화이트 와인은 혀끝이 짜릿할 정도로 맑은 맛을 지녔다. 특히 스키를 잠시 쉬며 마시는 부드러운 핫초콜릿은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 융프라우(스위스)=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