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대북송금 해명 미진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그것이 평화와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다"고 해명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김 대통령의 말대로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의 진솔한 해명을 촉구한바 있다. 앞으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측의 송금약속 규모가 5억달러라는 점이 확인된 것외엔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어, 과연 이정도 해명으로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현대의 대북송금이 '민간기업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상업적 거래'라면 왜 국가정보원이 개입해 환전편의를 제공해야 했는지, 현대그룹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지원 배경과 어떤 관련은 없는지, 금융당국이 무리한 자금지원을 묵인한 까닭은 무엇인지 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외환위기 이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던 금융·기업 개혁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마땅하다. 김 대통령의 해명이 미진한 만큼 이제는 정치권이 불가피하게 뒷처리를 떠맡게 됐다. 그것이 국회에서의 비공개 증언이건,아니면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건 조사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진실을 밝혀 내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진통을 겪으며 어렵게 제고한 우리경제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손상 받을게 분명하다. 미·이라크 전쟁 임박,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긴장고조, 반미감정에 대한 우려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우리경제에 이는 또다른 악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정부당국과 정치권은 이 점에 각별히 유의해 대북송금 의혹을 하루빨리 규명하고 효율적인 사후 수습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