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임정환 명화금속 대표 (4) 나사도 名品이 있다

'노력만이 1등을 보장한다'는 말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임 사장은 한번 고민을 시작하면 풀릴 때까지 매달리는 스타일이다. 그는 유일한 취미인 낚시를 즐기면서도 기술개발을 생각한다. 지난 73년 개발한 '블라인드 리벳'도 낚시를 하던 중 찌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 리벳이란 철판에 구멍을 뚫고 나사를 삽입해 반대편을 두들겨 접합하는 방식을 말하는데,블라인드리벳은 못과 리벳을 접합시켜 반대편에서 두들기지 않아도 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제품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회사의 중추제품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매년 4억2천만개 이상이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다. 그가 만든 걸작중 걸작은 역시 '직결나사'다. 이 나사의 개발은 지난 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 사업 파트너가 직선형인 직결나사 샘플을 보여주면서 "이런 제품을 만들면 수출길이 활짝 열릴것"이라고 힌트를 줬다. 하지만 이 일본인은 기술 노하우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임 사장은 바로 개발팀을 구성하고 1주일만에 샘플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일본인 파트너를 놀라게 했다. 이후 임 사장은 밤낮으로 제품을 생산했지만 불량품이 생기고 수출 창구 역할을 하던 일본회사가 부도나면서 판로가 막혀버렸다. 생산된 제품을 눈물을 머금고 고철 처리장으로 보내야 했다. 당시 국내엔 직결나사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다. 이때의 실패를 통해 값진 교훈을 얻은 임 사장은 지난 80년 나사 끝날을 나선형으로 비틀고 단조공법을 적용,진화된 '직결나사' 개발에 성공했다. 17세때부터 익혀온 손재주와 노하우,부지런함이 빚어낸 혁신적 상품이었다. 직결나사는 나사 자체를 드릴처럼 만들어 철판을 직접 뚫고 들어가도록 돼 있다. 드릴로 홈을 파고 나사를 조이던 기존 방식의 복잡성을 간단히 해소해버렸다. 12㎜두께의 건설용 H빔도 7초면 뚫고 들어간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기계선진국들도 이미 70년대부터 직선형직결나사를 개발,사용해 왔지만 임 사장이 고안한 나선형직결나사는 그것보다 훨씬 진보된 것이었다. 외국에서는 아직도 직결나사의 끝날을 나선형으로 만들지 못한다.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직결나사가 건설현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4년 이상이 걸렸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직결나사 없는 건설 시공은 상상할수 없는 일이 됐다. 시공이 쉽고 튼튼하면서도 공기를 50%이상 단축시켜 주기 때문이다. 매년 이용률이 1백% 이상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축구장이나 영종도 신공항 등에도 명화금속의 직결나사가 사용됐다. 공사 관계자들은 직결나사가 건설현장의 '작은 혁명'이라고까지 말한다. 직결나사의 인기는 국제시장에서도 높다. 명화금속의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5% 이상을 기록,그 이름만으로도 보증수표로 통한다. 독일과 일본 중국 영국 미국 등 30여개국이 명화금속 제품을 사다 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