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은 한계, 세계로 시야 넓힐 것" .. 배동만 제일기획 사장

"지난해 국내 광고회사로는 처음 광고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그러나 시작에 불과합니다.올해부터는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지난달 창립 30주년을 맞은 제일기획의 배동만 사장(59)은 회사의 장기비전을 이같이 제시했다. 글로벌화하지 않고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국내 광고시장은 연간 6조원대.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에도 총 6조4천억원에 그쳤다. 배 사장은 "광고업은 굴뚝산업과 달리 갑작스럽게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며 "파이를 키우려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해외 인력 확보가 글로벌 경영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지난해부터 해외 인력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에는 본사와 해외법인에서 외국인 8명과 해외 MBA 학위 소지자 33명을 채용했다. 앞으로 해외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40%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배 사장은 "뉴욕 베이징 모스크바에는 이미 법인형태로 진출했고 유럽 동남아 남미 중동 등지의 지점.사무소를 2004년까지 지역별 전략센터로 격상시킬 계획"이라며 "현지에서 광고실무자들을 채용해 광고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광고시장은 실적 기준으로 외자계가 50%를 차지했다. 특히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인 WPP는 지난해 국내 2위 광고회사인 LG애드를 인수,1위 회사인 제일기획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사장은 "인프라나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 단순한 자본투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외자계 광고회사들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만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에 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자계 광고회사들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했다. 배 사장은 "다국적 광고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국제 감각이나 발달된 네트워크는 본받을 점"이라며 "외자계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국내로 유입되면 제일기획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사장은 "5년쯤 후에 국내 광고시장이 글로벌 시장에 완전히 편입될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 독자적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은 창사 후 30년간 우수 광고인을 배출하는 광고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재 광고업계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 중엔 제일기획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제일기획은 지난 73년 자본금 5천만원,직원 33명의 작은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연간 1조2천억원어치의 광고물량을 소화하는 세계 19위 광고회사로 성장했다. 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