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또 안전불감...비극부른 人災 .. 사고 왜 커졌나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이 지하철 사상 최악의 대참사를 빚게된 데는 종합사령실과 기관사 등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비상사태에 안이하게 대응하는 등 '인재(人災)'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지하철 기관사나 사령실은 열차에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뿐만 아니라 서로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는 당초 화재가 발생한 열차외에 또 다른 열차를 불구덩이 속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피를 위해 필수적인 역사내 비상등도 시꺼먼 연기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재해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지하철 재난 대비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사고 감시시스템 부족 =열차에 불이 붙은 것을 제일 먼저 외부로 알린 것은 휴대전화를 가진 승객들이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그러나 당시 '확인 중'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화재가 난 열차의 기관사도 사고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제일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어야 할 지하철공사가 되레 피해자 유가족들로부터 지하철 화재 사실을 전해듣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 무너진 지하철 연락체계 =화재 발생 초기 대응도 미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화 지점인 1079호로부터 불이 번져나간 1080호 열차에서 탈출한 김소영씨(여.28)는 "기관사가'화재가 났으니 그대로 침착하게 대기해 달라"고 말한 후 "'그냥 출발하겠다'며 다급하게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1080호 기관사가 출발하려 했던 때는 이미 단전된 후여서 차량 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는 전기를 끊은 사령실과 현장 기관사간 연락체계가 사고 순간 이미 무너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 불길로 뛰어든 1080호 =경찰이 희생자가 더 많았던 1080호 기관사 최모씨(39)를 조사한 결과 최씨는 지령실로부터 '전도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주의 운전하라'는 통보를 받고도 계속 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관사는 운행도중에도 전동차를 정지 또는 후진할 수 있었으나 단순한 사고로 오판해 사고현장으로 계속 진입한 것이다. 지하철 지령실도 주의운전 통보 이외에는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사안일한 대응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1080호 전동차 기관사는 불에 타고 있는 1079호 열차 옆에 정차한 상황에서 안내방송을 통해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출입문도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직후 전동차 객차의 출입문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문이 닫혀 있어 승객들이 대피 과정에서 출입문을 강제로 열거나 유리창을 부수고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재 발생 직후 출입문이 열려 있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신경원.하인식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