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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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부 포스코 회장의 연임에 대해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주주의 하나인 기업은행측이 "유 회장은 형사소추된 상태이기 때문에 연임이 곤란하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일부 투신도 "회장직은 옥상옥이기 때문에 회장직 존속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는 보도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돌아가는 형편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포스코 회장직에 대해선 전윤철 재경부총리가 이미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공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재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비록 구체적 압력을 넣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이 재빨리 정부 의중을 파악하고 그에 호응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인 유상부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이 없다.
누가 경영을 맡건 실적을 올리고,세금을 많이 내고,고용을 늘려 국민경제에 기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새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민영화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적지않은 위험이 내포되어 있고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정부가 기관투자가를 동원해 장차 민간기업의 경영에까지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려할 대목이 적지않다.
포스코는 정부가 주식을 모두 팔았기 때문에 지금은 대주주가 없다. 외국인이 61%를 갖고 있고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이 나머지를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민영화 기업의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절차가 공백인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주인 없는 민영화가 초래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정부가 기관투자가를 동원해 경영자 선임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정당화될 수 없다.
지배주주 없는 대기업은 자본시장이 고도화되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선진국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 해결책은 내버려두는 것 뿐이다.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점차 나름의 지배구조를 찾도록 해야 한다. 정부 개입은 시장에 반(反)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기관투자가를 동원해 손쉽게 민영화 기업에 개입하기 시작한 정부가 장차엔 순수 민간기업의 경영에까지 개입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 일각에서 연기금의 투표권을 통해 대기업의 경영을 감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도 지극히 우려되는 일이다. 그것이 시장경제가 아님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