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출입문 기관사가 잠갔다 .. 판단착오

"전동차 운행에 필수적인 마스콘키를 뽑을 경우 문이 저절로 닫혀 안에 있는 승객들은 수동으로 열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당시 중앙로역으로 진입한 반대편 전동차 1080호 기관사 최모씨(39)가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승객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스콘키를 뽑아들고 자신부터 먼저 빠져나온 충격적인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동이 1백여명의 소중한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경찰은 기관사 최씨로부터 "마스콘키를 뽑으면 문이 닫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든 승객이 대피한 줄 알고 마스콘키를 뽑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기관사 최씨는 발화 전동차의 반대편에서 진입해 지난 18일 오전 9시56분께 사고역에 정차한 뒤 종합사령팀과 교신하며 우왕좌왕했다. 전동차는 정차 후 자동으로 문이 열렸으나 연기가 스며들자 최씨는 문을 닫았고 이후 5분여간 종합사령팀과 기관사는 전동차 재출발 포기결정을 내렸다. 이어 사태가 긴박해지자 최씨는 마스콘키를 뽑고 대피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안에 갇혀 버렸다. 안에 갇힌 승객들은 이미 유독가스에 질식돼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고 기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닫힌 문을 수동으로나마 열지 못해 좁은 객차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전동차 내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는 감식팀에 의해서도 이 전동차 6량 중 승객이 수동으로 문을 연 1,4번째 객차를 제외한 4량의 차량문이 닫혀 있었고 이 가운데 문이 닫힌 객차에서 시신 79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발견된 시신들 대부분이 출입문쪽으로 몰려있어 연기에 질식돼 죽음의 공포를 느낀 승객들이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고통받았을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하고 있다. 마스콘키는 마스터 컨트롤러 키(Master Controller Key)의 약어로 자동차키와 같이 시동을 걸고 출입문을 개폐하는 등 전동차 운행과 제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열쇠다. 기관사에게 평소에는 마스콘키가 생명과도 같겠지만 승객들의 생명이 걸린 급박한 상황에서 최씨의 이같은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인해 마스콘키가 '죽음의 열쇠'가 돼 버린 셈이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