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회장 구속파장] 오너-계열사 주식내부거래 배임혐의 첫 적용

최태원 SK(주) 회장을 전격 구속한 검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늦어도 다음달 14일까지는 기소할 계획이다. 기소 후엔 서울지방법원에 담당 재판부가 배정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기업 오너와 계열사간 주식 내부거래에 대해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인데다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내부거래는 재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변론을 맡은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의 '내로라' 하는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검찰에 맞서 검찰이 적용한 법리의 허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 8월께 1심 판결 현재 검찰은 구속수감된 최 회장을 상대로 △SK C&C 주식을 저가에 취득하게 된 경위 △작년 12월 SK증권에 SK C&C 주식 4만5천주를 증여하면서 SK C&C 주가를 주당 58만원으로 과대평가한 이유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혐의 등에 대해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최 회장을 기소하면 서울지방법원은 담당 재판부를 배정, 1심 재판에 들어가게 된다. 최 회장은 이때부터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증거가 이미 확보된데다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최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1심 판결은 8월께 나올 전망이다. 법원이 최 회장을 구속한 상태에서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이 최장 6개월이기 때문이다. 8월말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법원은 최 회장을 일단 석방한 뒤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실 관계가 충분히 확인된데다 법률적 쟁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8월까지는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구속된 김창근 SK구조조정본부장 외에 윤석경 SK C&C 대표,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 민충식 SK 구조조정본부 전무 등 SK 임원 8명에 대해서도 보강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들중 1명은 구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 법정공방 치열할 듯 검찰과 최 회장 변호인이 법정에서 다툴 핵심 쟁점은 주식 맞교환이 합당한 가치평가를 통해 이뤄졌는지 여부다. 검찰은 최 회장이 작년 3월 자신이 소유한 워커힐호텔 주식을 SK C&C가 보유한 SK㈜ 주식과 적절한 가치평가 기준 없이 맞교환, 7백16억∼8백11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측은 당시 비상장 기업인 워커힐의 주식가치를 세법에 따라 주당 4만4백95원에 평가했고 상장기업인 SK(주)는 시가인 1만7천원으로 평가했다. 검찰은 "두 회사의 주식가치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최 회장은 주당 자산가치(SK㈜ 4만3천6백46원, 워커힐 3만1백50원)로 따질 경우 7백16억원의 부당이득을, 주당 수익가치(SK㈜ 1만1천7백38원, 워커힐 6천1백원)로 보면 8백1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측 주장과는 달리 비상장기업의 주식가치를 산정할 때 다양한 평가방법이 이용되고 있는 만큼 정당한 주식가치가 무엇이냐를 놓고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더욱이 최 회장측이 "워커힐이 장래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해 주식가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항변할 경우 '경영상 판단'으로 간주돼 책임이 경감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이 주식 맞교환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개입했느냐는 부분도 다툼거리다. 주식 맞교환의 당사자였던 만큼 최 회장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SK의 임원들이 주도한 것을 방조하는 수준이었다면 형량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