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노무현과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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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력은 적극 지지한다."
재벌그룹에 검찰의 조사확대 가능성이 제기된 24일 대기업계열 투신사의 중견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의 말에는 신정부 출범 이후 증시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배어 있었다.
그가 말한 증시 투명성이란 기업의 투명성이며,이는 결국 오너(대주주)의 투명 경영을 일컫는다.
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2월 이후 증권업계 논객들은 증시는 이라크·북핵 문제 외에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새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그것이었다.
증시는 속성상 드러난 악재보다 잠재 악재를 더 무서워하고,그보다 더 나쁜 것이 바로 호·악재를 구분하기 힘든 불확실성이다.
논객들이 제기한 불확실성은 다름 아닌 재벌개혁을 둘러싼 마찰과 그로 인한 경제위축,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이다.
이것들은 성장을 먹고 자라는 주식시장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우려감에 대해 다소 부풀려졌다는 견해가 증시주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의 수사확대 의사가 전해진 24일 증시는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삼성 LG그룹의 주가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 주가도 급등세로 돌아섰다.
신주인수권의 편법발행 의혹으로 참여연대로부터 고발 당한 두산에는 '사자'주문이 폭주하면서 상한가까지 올랐다.
대주주 일가(一家)가 보유 중인 신주인수권을 전량 무상소각키로 전격 발표한 게 호재였다.
과거 김영삼 정부 초기였던 1993년 2월 상승세를 달리던 종합주가지수는 700에서 한달여 만에 600대로 급락한 적이 있었다.
'재벌 길들이기' 차원에서 김 전 대통령이 대그룹 세무조사 등 중단 없는 사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게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일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벌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조용히 반등을 모색 중이다.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