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한화그룹 다음은 또 어디

검찰이 SK그룹에 이어 한화그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할 모양이다. 서울지검 형사9부는 SK그룹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내주중 한화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고 한다. SK그룹에 대한 혐의가 배임인데 반해 이번 한화에 대한 수사는 지난 99년에 이루어졌다는 분식회계 혐의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잇단 수사가 과연 어느 선까지 확대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검찰측 설명대로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른 불가피한 절차라고 한다면 사실상 거의 모든 대기업 그룹들이 수사대상이 되어야 할 판이고 그리되면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까지 급격하게 위축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너무도 뻔하다. "기업들이 부정비리를 저지르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원칙론이 제기된다고 하겠지만 바로 이점에서 우리는 검찰과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SK그룹에 적용되고 있는 부당내부거래도 그렇지만 한화그룹과 관련해 문제가 되어있는 분식회계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특히 부(負)의 영업권 상각에 대해서는 금감원 등 회계당국도 사전에 이를 용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적 토론과 논란의 대상은 될 망정 검찰이 직접 나서서 배임 등의 죄를 걸어 기업인을 무더기로 형사처벌하려 들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가 회계문제에 대한 전문적 판단기관으로 금융감독원을,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별도 행정기구를 설치해두고 있는 것도 기업이 관련된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보다 전문적인,그리고 정책적인 판단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들 전문 행정기관들을 제치고 직접 기업범죄를 조사 처벌하기로 든다면 굳이 이들 행정기구를 두어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무더기 수사가 검찰이 금감위 공정위 등과 기업범죄에 대한 일종의 관할권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는 결과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금감원이나 공정위가 경쟁적으로 조사 활동에 뛰어들 것이 예상되고 그 결과는 기업활동 위축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본다. 기업환경에 대한 깊은 배려 없이 단순 법논리로만 처벌하기로 든다면 그들을 징벌하는데서 거두는 이익보다 더욱 큰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