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3부 : (7) 경제캠프 <上> .. 둘째날

▶ 오전 9시 =강당에 모여 행복한 기업만들기 행사를 가졌다. 회사동료들과 의견차이를 대화로 푸는 시간이다. 혜민이와 서현이는 서로 얘기하겠다고 다투곤 했는데 하루 만에 몰라보게 사이가 좋아졌다. 마지막 30분 동안은 동료들과 팀워크를 다지는 행사를 하라고 한다. 우리는 선생님들과 건물 옥상에 올라서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얼음·땡'을 했다. ▶ 10시 =광고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강당에서 대형화면을 통해 롯데리아, 맥도날드, 피자헛 광고를 보고 조별로 광고 문구를 적어보았다. 광고가 소비를 어떻게 유도하는지도 얘기했다.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하는지, 어떻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11시 =소비자 현실체험 시간. 선생님들이 짤막하게 세 가지 상황을 연극으로 보여줬다. 첫 번째는 새뱃돈을 받은 어머니와 어린이 간의 대화다. 어머니는 아이가 받은 새뱃돈을 달라고 하고 아이는 자기가 쓰겠다고 한다. 두 번째는 남편이 소형차를 중형차로 바꾸겠다고 해서 벌어지는 부부 사이의 다툼이다. 마지막은 할아버지가 아버지한테 이제 독립하라고 해서 벌어지는 얘기다. 이야기의 다음 부분을 각 조에서 발표했다. 우리 조는 마지막 이야기를 맡았다. 내가 아버지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가족들 사이에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독립하기로 했다. 아껴서 저축을 늘리고 자녀들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 오후 3시 =이제 장터 준비에 착수했다. 내일 팝&팝의 사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먼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 수익을 어느 곳에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대구 지하철참사 유족 돕기에 쓰기로 했다. 우리 제품의 장.단점과 시장을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도 세웠다. 업무도 분담했다. 나는 CTO(기술담당최고임원)를 맡았다. 가장 솜씨가 좋고 창의적인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소리에 냉큼 나섰다. ▶ 4시 =생산계획을 세웠다. 법인통장에는 40만쿨(경제캠프 화폐단위)이 남아 있었다. 개인별로 2만쿨씩 투자를 받아 모두 54만쿨의 사업자금이 마련됐다. 옥수수와 팝콘기계를 들여놓는 데만 60만쿨이 들었다. 버터 등 재료비까지 포함해 75만쿨. 21만쿨 정도가 모자랐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들다니…. 결국 장터 한복판에 위치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자율은 10%. 은행금리가 이렇게 센 줄은 몰랐다. 팝콘 봉지당 원가를 계산하고 총 생산량을 정했다. 판매가격도 정했다. ▶ 7시 =본격적인 건물 올리기에 들어갔다. 팝콘 가계의 이미지에 맞게 옥수수 모양으로 건물을 지었다. 어제 공공건물에 용역으로 투입됐던 경험을 살렸다. 색종이를 오려붙이고 색테이프로 장식을 했다. 다 지어진 건물을 보니 뿌듯했다. 우리 회사다. ▶ 9시 =팝콘기계를 들여놨다. 내일 장터에는 부모님들이 오신다. 다른 조들도 다들 준비를 잘 한 것 같다. 조금 긴장된다. 오늘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