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경기진단] 전자양판점.재래시장 혹독한 '겨울'

전자양판점과 재래시장의 체감 경기는 혹독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소비심리가 연초까지 이어진 탓이다. 특히 설 이후에는 별다른 "구매촉진 요인"이 없어 매출 올리기가 더 힘들어졌다. 재래상권 중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곳은 봄상품을 일찍 내놓은 동대문 패션몰 정도다. 전자양판점들은 어느 상권보다도 경기에 민감하다. 전자제품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없어도 생활에 불편이 없는 탓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하이마트 전자랜드 테크노마트 등 주요 전자양판점들의 매출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하이마트의 지난달 매출실적은 1천2백억원선에 그쳤다. 당초 목표치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하이마트는 예약판매 중인 에어컨이나 일부 디지털 가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판매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1.4분기내에 매출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크노마트도 3월 나기가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테크노마트에서 삼성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2년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테크노마트는 상대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소형 디지털 가전의 비중을 늘리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부유층의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전자랜드21의 강남 매장인 디지털펠리스의 PDP나 프로젝션TV 판매량이 이를 반영한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디지털펠리스는 하루에 5~6대 씩의 PDP 팔았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 한대 팔기가 벅찬 상태다. 재래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벌써 오래된 얘기다. 대형 할인점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손님들을 빼앗긴 지 오래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쇼핑환경이 열악한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재래시장 매출이 경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남대문 의류 상인들은 "월드컵 이후 한번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부시장의 건어물 도매상들도 "소매상들이 사가는 물건이 예년보다 20~30% 정도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도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등 분위기가 안좋다. 경기의 바로미터라는 남성복은 졸업 입학 특수에서 제외된 상태다. 동대문 밀레오레에서 남성복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경기가 어려우면 남자들은 옷을 사지 않는다"며 "남성복 매장에는 봄특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몰들은 매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봄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두타 밀레오레 프레야타운 등 주요 패션몰들은 지난 겨울과 비교해 15~20% 정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패션몰들의 매출증가가 큰 돈을 들인 마케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두타는 2만5천명에게 경품을 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고 프레야타운은 매일 4백만원어치의 상품권을 뿌리고 있다. 경기때문에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