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우연'이 만들어낸 히트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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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은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지는 수가 많다.
일본에서 개발된 샴푸 라면 청주도 이 범주에 드는 상품이다.
샴푸를 처음 만든 사람은 다케우치 고도에라는 여성 기업인이다.
그녀는 양털 세척제를 만드는 중소기업을 운영했다.
양털은 깨끗이 씻어 오물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상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 세척제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이 돌같이 단단한 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감촉이 좋은 세척제로 머리를 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
그녀는 양털 세척제에서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제거하고 향료를 첨가해 시장에 내놓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라면도 일본에서 개발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라 전체가 궁핍에 시달리던 1950년대 시로후쿠라는 연구가는 구호물자 밀가루를 이용한 먹거리 개발에 몰두했다.
어느날 술집 주인이 어묵에 밀가루를 발라 기름에 튀기는 것을 보고 그는 무릎을 쳤다.
곧바로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기름에 튀긴 뒤 건조시켰다.
라면은 이렇게 태어났다.
청주 개발과정은 더욱 재미있다.
청주 발명자는 에도시대 거상인 고노이케 신로쿠.
고노이케는 토목업으로 돈을 모아 양조업에 손을 댔다.
술을 만드는 데는 도우지(杜氏)라는 기술자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들은 성격이 괴팍해 부리기가 쉽지 않았다.
고노이케는 이들을 휘어잡으려고 규칙을 어긴 도우지들을 따끔하게 혼냈다.
그에게 질책을 당한 한 도우지가 가게를 그만두기 전날 야음을 틈타 막걸리 단지에 재를 쏟아부었다.
주인을 골탕먹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술은 탁한 막걸리가 전부였다.
다음날 아침 고노이케는 술 단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단지에 있던 술이 샘물처럼 맑아졌기 때문이었다.
맛과 향이 탁주보다 탁월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고노이케가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이 질책했던 종업원 한 명이 보이지 않고 술 단지 주변에 재가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순간 고노이케는 쾌재를 불렀다.
'바로 그거야.'
탁주를 청주로 만든 건 바로 재였던 것이다.
고노이케는 청주를 위생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터득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위에서 든 실제 사례에서 보듯 히트상품은 우연히 개발되는 수가 많다.
그러나 내면에는 개발자의 땀과 고뇌가 배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 행운이나 공짜는 없는 법.
히트상품을 낳는 우연도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