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호 박사의 '디지털 세상'] '소프트 재난의 대비'

한반도를 휩쓴 로또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대구 지하철의 끔찍한 참사로 인한 충격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을 위한 애도의 물결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널리 퍼져 나갔다.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재해에 대비해 철저한 방호대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25년 전쯤 필자가 근무하는 직장에 불이 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불이 난 날은 소방훈련을 실시한 날이었다. 그날 오전에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두 시간쯤 지나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훈련을 통해 익힌 화재 진압요령대로 했더라면 초기 진화가 가능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면서도 평소 재난대비 요령대로 했으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적시에 이를 지키지 못해 사상자가 많아진 것 같다. 직장과 가정에는 항상 어떤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직장마다 가정마다 화재나 수해 지진 등 재난 재해를 위한 비상연락망이나 비상시 업무처리 준칙 및 계획(Business Contingency Plan) 등이 존재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재난.재해가 이번 지하철 참사와 같이 물리적인 것들도 있지만 사이버 테러나 해킹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 재난의 피해도 실제로 우리가 크게 염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해진 생활 가운데 인터넷망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이미 얼마 전에 있었던 인터넷 대란을 통해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은 사이버뱅킹을 이용해 남의 돈을 빼가고, 상대방의 컴퓨터에 들어가 정보를 빼내 엉뚱한 곳에 이용하는 작은 사회적 문제로 소프트 재난이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국가간, 종교간의 이념차이나 기업간의 경쟁 그리고 한 개인의 원한으로 인한 무분별한 허위정보의 배포, 디지털 정보의 오용과 해킹 등 소프트 재난이 발생한다면 대구 지하철 참사보다 더 큰 사회적 혼란과 마비, 그리고 희생이 따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물리적 재난과 마찬가지로 소프트 재난에 있어서도 이미 나와 있는 재난방지대책이 온 국민들의 생활 가운데 익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계몽,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