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먹거리 뜬다] 건강에 좋다면 좀 비싸도...
입력
수정
서울 중계동에 사는 독신 샐러리맨 김정한씨(32).
그가 아침에 일어나 처음 찾는 곳은 근처 편의점 LG25다.
거기서 그는 빵 두개를 산다.
그냥 식빵이 아닌 화이트카스테라와 스위스 페이스추리다.
샤가기 베이커리란 전문업체와 LG25가 제휴해 만든 고급 베이커리다.
김씨가 퇴근 무렵 들른 곳은 강남의 모백화점 식품코너.
지하에 널찍한 고급 식품매장을 꾸며 놓았기 때문에 괜찮은 중국요리를 맛보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이날은 유기농 샐러드와 신선한 프리미엄 냉장쇠고기를 사러 들렀다.
저녁때 집에서 대학친구 둘과 간단한 집들이 파티를 열기로 했기 때문.
파티를 위해 이미 사흘전 인터넷으로 유기농 쌀과 김치 따위도 주문해 놓았다.
김씨와 같은 프리미엄(PM)형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프리미엄 열풍 =먹거리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양을 채우는 것은 옛날 얘기다.
무게중심은 양에서 질로, 또다시 친환경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마시는 물, 씹는 껌, 굽는 쇠고기 한 조각에도 건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세상이다.
계산은 일단 뒷일에 속한다.
건강에 좋고 후세에 남길 환경에 이롭다면 가격이나 국적은 문제될게 없다.
구매패턴이 프리미엄으로 급속 변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자연(안전), 기능성(치유), 고급(건강), 즉석(편리) 등 네가지 원칙에 맞춰져 있다.
업체들도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제품수준을 맞추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유기농산물 판매비중은 해마다 20~30%씩 커지고 있다.
식품매장도 고급화돼야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식 식품매장인 '데파치카'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델리존이라는 고급식품매장을 도입한 신세계는 하루매출이 두배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극신선 마케팅 뜬다 =이달초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유통업계 처음으로 살아있는 고등어를 판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말로 펄펄뛰던 고등어 2백마리는 수조에 전시된지 이틀만에 모두 동났다.
1마리당 9천9백원이라는 고가였지만 신선함을 사려는 고객들은 넘쳐났다.
갤러리아는 앞으로 고등어는 물론 전갱이 등 다양한 어종을 산 채로 공급키로 하고 수조확보에 들어간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은 '새벽시리즈'란 제도를 도입, 신선함을 확보하고 있다.
채소와 과일류의 신선도가 최고조인 자정부터 수확에 들어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신세계는 이달초 전남 곡성산 딸기를 이같은 방식으로 선보인 결과, 일주일만에 무려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70%나 늘어난 실적이다.
가공식품류도 고급화 가속 =최근 국내 분유를 먹이는 가정중 열에 다섯은 한통당 2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급 분유를 먹이는 것으로 업계 조사결과 나타났다.
분유가격은 4년전만 해도 1만원 안팎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선풍을 일으킨 자일리톨 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충치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이 껌은 지난 한햇동안 무려 2천5백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단일품목으로 제과업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국민 1인당 연간 77알씩 자일리톨 껌을 씹어 없앤 셈이다.
헬리코박터를 억제해 위장질환을 예방해 준다는 발효유 역시 지난해 연간 2천2백억원어치나 팔렸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석호문 박사는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많아질수록 효율적인 구매패턴이 부상하게 마련"이라며 "프리미엄 마케팅은 이같은 심리를 활용한 판매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